강기정 시장 직접 쓴 한글 글씨에 낙관도 새겨
'수십∼수백년 보존될 유산인데'…광주시 "자문위 의견 따른 것"

광주 대표누각 '희경루' 뒷면 현판, 시장 서체로 제작 논란
새로 지어진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 현판을 강기정 광주시장의 서체로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희경루건립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중건식과 함께 시민에게 공개된 희경루에는 앞뒷면에 하나씩 현판이 설치됐다.

정면 현판은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에 있는 한자 喜(희), 慶(경), 樓(루)를 집자해 완성했다.

뒤쪽에 있는 한글 현판 글씨는 강 시장이 직접 썼다.

무진군에서 광주목으로 복호되는 데 이바지한 필문 이선제 선생의 후손인 이남진 서예가의 지도를 받아 '희경루'를 한글로 썼으며 이를 토대로 현판이 제작됐다.

'광주광역시장인', '강기정인' 등 2개의 낙관도 들어갔다.

수십∼수백 년 보존될 새로운 역사 유산에 현직 시장의 글씨체와 낙관을 새기는 것은 시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위원회는 한자 현판에 채택된 집자와 함께 유명한 서예가에게 의뢰하거나 과거 지방관 격인 시장이 직접 쓰는 등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애초 강 시장은 부담감을 표하면서 희경루와 관계된 다른 인물을 조사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지만, "시장이 쓰는 것도 괜찮다"는 자문위 의견에 따라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서예계를 대표한 학정 이돈흥 서예가에게 현판 글씨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그가 2020년 별세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과거에도 목민관이나 지방관, 누각이 조성되는데 기여한 인물이나 그 후손이 현판을 쓴 사례들이 있다"며 "중건 책임자로서 시장이 현판을 쓴 결정이나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오전 광주공원 인근 희경루에서 중건식을 열었다.

현판 제막, 궁중 음악 수제천(壽濟天) 공연, 희경루 방회도(榜會圖) 공연, 중건 경과보고, 고유제, 시민들의 희망 활쏘기 등이 이어졌다.

희경루는 1451년(문종 원년) 무진군사(茂珍郡事) 안철석이 건립한 누각으로 때마침 무진군에서 광주목으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희경루라고 명명했다.

신숙주는 '동방에서 제일가는 루(樓)'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전라도 정도 천년(2018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소실된 누각을 중건하기로 하고 60억원을 들여 동국대에 소장 중인 보물 제1879호 희경루 방회도를 바탕으로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원래 위치는 현재 충장우체국 일원으로 파악됐지만 광주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복원이 아닌 중건으로 불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