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단체 전환 1년 만에, 보조금 횡령 의혹 등 자중지란
훼손된 5·18 정신…"환골탈태로 신뢰회복 의지 절실"
내홍 속 민낯 드러낸 5·18 단체…"전원 사퇴 해야"
공법단체로 전환돼 정부 지원금을 받는 지위를 획득한 지 1년여만에 5·18 일부 단체가 보조금 횡령 의혹에 휩싸이는 등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내부 갈등 과정에서 주먹구구식 단체 운영도 외부에 노출하면서 5·18 정신 계승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 쇄신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갈등의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현재의 지도부나 집행부가 아닌 제3의 인물이나 기관에 단체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 공법단체 1년 만에 보조금 횡령 의혹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는 지난해 3월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만 부상자회 7억7천만원, 공로자회 6억8천만원, 유족회 3억9천만원 등 국비 18억4천여만원이 지급됐다.

5·18 선양 사업이나 회원 복지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할 보조금이지만, 부상자회 특정 회원 A씨 등이 보조금 수천만 원을 쌈짓돈 쓰듯 횡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개 회원인 A씨가 단체 법인 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사적으로 사용하고,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공문서인 채용 서류를 꾸며 인건비를 횡령했다는 것이다.

행사 진행을 위해 무료로 봉사한 회원들에게 참가비를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받거나 무료 급식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러한 A씨의 비위 의혹은 5·18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과 공로자회 정성국 회장의 폭로로 수면 위에 올랐다.

두 회장은 자신들을 '바지 사장'으로 표현하면서 단체 내 비선 실세인 A씨가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두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A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진정서를 낸 상태다.

황 회장은 "회장인 저는 5·18 헌법전문 수록과 국가유공자 승격 등 대외활동에 전념하고 내부 살림은 A씨 측이 맡아서 했다"며 "인제 와서 보니 부적절한 회계 처리를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내홍 속 민낯 드러낸 5·18 단체…"전원 사퇴 해야"
◇ '결국 돈 때문에…' 공생 관계서 파국으로
A씨는 지난해 2월 부상자회 회장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며 이사회와 실무진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구성해 조직을 장악했다.

부상자회는 5·18 유공자예우법에 따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데, A씨는 이를 미끼로 삼아 "공생하면 도와주겠다"며 공로자회마저 본인의 영향력 아래에 뒀다고 공로자회 정 회장이 주장했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공생하던 이들의 관계는 결국 돈 문제로 분열하기 시작했다.

부상자회 황 회장은 무료 급식소 사업비 지출이나 법인카드 결제 대금 등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면서 A씨와 갈등을 빚었다.

공로자회 정 회장 역시 "단체가 갚아야 할 십수억원의 빚이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A씨와 갈등을 시작했다.

A씨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황 회장을 해임하거나 직무 정지시키고 자신이 임원으로 선임되기 위한 긴급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황 회장이 거부한 각종 사업비 지출 승인 안건을 처리하려 했지만, 법원이 이사회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실제 이사회가 열리지는 않았다.

A씨는 보조금 횡령 등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반납한 지 오래됐고, 지출 명세도 단체와 직원 복지를 위해 쓴 것"이라며 "사적 유용을 했다거나 착복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황 회장이 독단적으로 '특전사동지회 화합 행사'와 '정율성 사업 규탄 광고' 등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회원들과 함께 사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홍 속 민낯 드러낸 5·18 단체…"전원 사퇴 해야"
◇ 훼손된 5·18 정신…"모두 사퇴하고 쇄신해야"
5·18 관련 시민단체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집행부는 물론 현재의 두 회장도 함께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A씨의 전횡에 동조하거나 협력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특히 이처럼 5·18 단체 구성원들이 내부 자정 기능을 상실한 만큼 제3의 외부 기관이나 인물이 당분간이라도 운영을 맡아 단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기훈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8일 "보조금을 두고 두 단체와 특정 회원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습은 5·18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며 "훼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5·18에 대한 자긍심, 자부심마저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고 '바지 사장'이라는 면피성 발언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두 회장은 시민에게 사죄하고, 사퇴로서 책임을 져 단체를 쇄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