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꽃 피운" 변희봉…조연에서 봉준호 '페르소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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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등 동료들 추모…"고지식하지만 존경하는 배우"
18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원로배우 변희봉은 노년에 다다른 나이에 연기 인생의 꽃을 피운 인동초와 같은 배우다.
1942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로 올라와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1966년 MBC 성우 공채 시험에 합격하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배우로서 연기를 시작한 건 1970년 TV 드라마 '홍콩 101번지'다.
드라마에선 주로 악역을 맡았다.
'수사반장'에서도 도둑이나 사기꾼 등으로 출연했다.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연기 경력이 쌓이면서 '조선왕조 시리즈: 설중매'의 유자광과 '찬란한 여명'의 대원군 등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오래 인기를 끌진 못했다.
어려움이 겹치면서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땐 연기를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던 고인의 연기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건 봉준호 감독을 만나면서다.
봉 감독과의 인연은 '플란다스의 개'(2000)에서 시작했다.
당시 예순에 가까운 나이였던 고인은 개를 잡아먹는 아파트 경비원을 인상적으로 연기해 주목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17) 등 봉 감독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했다.
봉 감독은 과거 '옥자' 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며 "파도 파도 (연기에) 더 나오는 뭔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그는 형사반장 역할을 맡았고, '괴물'에선 목숨을 걸고 자녀를 지키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아버지가 괴물에게 총을 쐈지만 발사되지 않자 자식들에게 피하라고 손짓하고 죽음을 맞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옥자'에선 미자, 옥자와 함께 산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가 2017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고인은 모든 영화인이 꿈꾸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때 그는 75세였다.
그는 당시 칸영화제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며 "꼭 벼락 맞은 사람 같고,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며 감격해했다.
고인과 20대부터 가까이 지낸 동료 배우 김영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기 인생의 꽃을 늦게 피운 고인이 "기다리는 배우였다"며 "고지식하고 헐렁거리는 면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 전화했을 때도 '괜찮아'라고 했는데, 말투도 어눌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 밥을 먹기도 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동료 배우 양택조는 고인에 대해 "개성적인 외모에 독특한 연기를 펼쳤다"며 "같은 동료지만, 존경하는 배우였다"고 추억했다.
/연합뉴스
1942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로 올라와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1966년 MBC 성우 공채 시험에 합격하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배우로서 연기를 시작한 건 1970년 TV 드라마 '홍콩 101번지'다.
드라마에선 주로 악역을 맡았다.
'수사반장'에서도 도둑이나 사기꾼 등으로 출연했다.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연기 경력이 쌓이면서 '조선왕조 시리즈: 설중매'의 유자광과 '찬란한 여명'의 대원군 등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오래 인기를 끌진 못했다.
어려움이 겹치면서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땐 연기를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던 고인의 연기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건 봉준호 감독을 만나면서다.
봉 감독과의 인연은 '플란다스의 개'(2000)에서 시작했다.
당시 예순에 가까운 나이였던 고인은 개를 잡아먹는 아파트 경비원을 인상적으로 연기해 주목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17) 등 봉 감독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했다.
봉 감독은 과거 '옥자' 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며 "파도 파도 (연기에) 더 나오는 뭔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그는 형사반장 역할을 맡았고, '괴물'에선 목숨을 걸고 자녀를 지키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아버지가 괴물에게 총을 쐈지만 발사되지 않자 자식들에게 피하라고 손짓하고 죽음을 맞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옥자'에선 미자, 옥자와 함께 산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가 2017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고인은 모든 영화인이 꿈꾸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때 그는 75세였다.
그는 당시 칸영화제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며 "꼭 벼락 맞은 사람 같고,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며 감격해했다.
고인과 20대부터 가까이 지낸 동료 배우 김영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기 인생의 꽃을 늦게 피운 고인이 "기다리는 배우였다"며 "고지식하고 헐렁거리는 면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 전화했을 때도 '괜찮아'라고 했는데, 말투도 어눌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 밥을 먹기도 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동료 배우 양택조는 고인에 대해 "개성적인 외모에 독특한 연기를 펼쳤다"며 "같은 동료지만, 존경하는 배우였다"고 추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