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인천안보회의서 기조연설…빅터차 교수 등 세계 석학 참석
반기문 "북러 군사적 협력 강화…한미일 강력 대응해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18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 대해 한미일 3국이 국제사회와 협조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크우드프리미어 인천에서 열린 제1회 인천안보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전세계의 염원에 재를 뿌리는 두 독재자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살상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과 식량 등을 제공하는 '등가 교환'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쟁을 예방하는 첩경은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고 그 가장 높은 단계는 가치와 신념을 함께 하는 국가 간 동맹"이라며 "한미동맹이 윤석열 정부 들어 비로소 완전체를 향하게 됐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3국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면서도 대중 관계보다는 한미 동맹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한미 동맹이 양국의 국내 정치로 흔들리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자강(自强)에 힘써야 하며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에 북 비핵화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며 "다만 대중 관계의 중심은 국익과 한미 동맹이고 자유민주적 가치 준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북러 군사적 협력 강화…한미일 강력 대응해야"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중 관계에 미친 영향과 북한 핵 위기 속에서의 한미 동맹 상황도 함께 논의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을 우려하며 "전쟁이 오래될수록 핵무기를 쓸 가능성도 열리게 되고 이른바 '불법 전쟁'이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군사 (강화) 쪽으로 흘러가 신냉전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닐지 생각해야 한다"며 "억지력과 핵심 기술 등을 토대로 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전쟁 이전에도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며 "중국의 공격적인 입지 강화에 대비한 한미 동맹 측면에서의 과제는 에너지 안보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력한 동맹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라몬 파체코 영국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중·러 관계가 강화된 가운데 이란도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한미일 관계에 유럽을 포함한 4자 동맹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원장 함성득)이 주관한 이번 인천안보회의는 올해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렸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교수와 테런스 로릭 미국 해군전쟁대학 국가안보문제 교수 등 전문가들은 오후 세션에서도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반도 주변 평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참석자들은 회의가 끝난 뒤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등을 둘러보는 안보 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