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 정치적 문제로 변질 안돼" 원칙론 강조
관련 재판서 위증·회유 의혹…"증거인멸·범죄 중대성 고려"
이재명 병원 실려간 날 구속영장…검찰 '증거인멸 우려' 방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째 이어진 단식 끝에 병원에 실려 간 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8일 오전 9시2분께 공지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알렸다.

이 대표가 오전 7시10분께 민주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지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법적으로 피의자의 건강 상태는 구속 여부 판단 기준인 혐의의 소명 여부나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 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간 민주당 등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고려해 검찰이 영장 청구 시기를 조율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단식이라는 사정이 영장 청구에 고려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앞세워 영장 청구를 단행했다.

검찰은 이날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그간 추적해 온 이 대표 주변 '사법 방해' 의혹도 주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본인의 재판 또는 자신과 연루된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거나 말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광범위한 증거인멸에 관여했고, 그 동기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이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혐의사실 중에는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2019년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을 둘러싼 재판기록 유출 및 회유 의혹도 검찰이 주시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사건 관계인만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는 이 전 부지사 재판의 증인 녹취록이 첨부됐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이 전 부지사의 수사에 입회한 현근택 변호사가 민주당 측에 건넨 것으로 지목했다.

현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 병원 실려간 날 구속영장…검찰 '증거인멸 우려' 방점
검찰은 잇따른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공전과 말 바꾸기 배경에도 이 대표 측의 입김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이 전 부지사는 당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올해 6월 돌연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씨가 주요 변호인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 재판은 공전을 거듭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달 7일 언론에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며 또다시 말을 뒤집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바뀐 입장을 직접 진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재판을 의도적으로 공전시킨 것 아닌지 의심한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을 만나 백씨와 통화한 정황도 파악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서 불거진 위증 의혹 사건에서도 민주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나 관련자들이 위증교사나 증거인멸을 한 전력이 있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각각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정경유착 범죄'라고 보고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점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