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활용해 '부천아트벙커B39' 개관…도시재생 모범사례
[톡톡 지방자치] 폐쓰레기 소각장, 복합문화시설로 환골탈태
노태우 정부는 1990년부터 5년 동안 경기 부천에 17만명을 수용하는 중동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수도권 인구가 계속 늘자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지어 주택난을 해결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신도시에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가 골칫거리였다.

부천에도 소각시설이 필요했다.

주민 반대를 뚫고 지은 부천 삼정동 소각장은 1995년부터 가동됐고, 하루에 200t가량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2년간 잘 운영되던 이 시설은 1997년 전국에서 다이옥신 배출 농도가 가장 높은 소각장으로 꼽혔다.

환경부가 전국 쓰레기 소각장 11곳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였다.

다이옥신은 인체에 흡수되면 반영구적으로 축적돼 암의 원인이 된다.

삼정동 소각장이 기준치의 20배(㎡당 23.12ng)에 달하는 다이옥신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은 항의 농성을 벌였다.

곧이어 소각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대책위가 꾸려졌다.

부천시는 6개월간 소각장 가동을 멈추고 다이옥신 저감시설을 설치했으나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장기간 이어진 폐쇄 운동으로 결국 삼정동 소각장은 2010년 가동을 멈췄다.

이후 부천시는 방치된 소각장 시설의 활용방안을 전문가 등과 함께 연구했고, 정부가 공모한 문화 재생사업에 신청해 문화시설로 쓰기로 하고 예산도 확보했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삼정동 소각장은 예산 95억원을 들여 전시·공연·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시설로 2018년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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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도 붙었다.

B는 부천의 영문 표기(Bucheon)와 벙커(Bunker)의 이니셜인 동시에 무경계(Borderless)를 뜻한다.

모든 영역과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겼고, 숫자 39는 소각장의 상징인 벙커 높이 39m와 인근 국도 39호선에서 가져왔다.

1층에는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홀을 비롯해 다목적 야외공간과 카페가 들어섰고, 2층에는 문화예술·인문 교양·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위한 교육실이 마련됐다.

아트벙커는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다시 꾸민 도시문화 재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많은 예술가는 아트벙커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 '승리호'와 '길복순'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아트벙커는 올해 4월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관리동 건물은 시민들의 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했다.

관리동 지하 1층에는 휴식공간이, 지하 1층에는 공유주방·미디어 창작·제작실이 새로 마련됐다.

올해에만 현대미술 특별전, 미디어아트, 아카이브 전시 등 각종 예술행사가 아트벙커에서 열렸다.

부천시의 위탁을 받아 아트벙커를 운영하는 부천문화재단은 오는 21일부터 나흘 동안 콘퍼런스·전시·공연을 결합한 '벙커페스타' 행사를 연다.

박경식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18일 "아트벙커는 시민과 예술가의 활동공간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아트벙커를 거점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주민과도 소통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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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