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생각만 해도 긴장돼 잠 못 이뤄…당연히 목표는 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투로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난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목표로 4년 동안 구슬땀을 쏟았다.
경기가 열린 당일 아침에 기분 좋게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거짓말처럼 경기 시작을 5분 남기고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하고 말았다.
서희주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도약 동작을 점검하며 착지하다가 무릎이 돌아갔다.
그대로 십자인대가 끊어졌고, 이후 두 번이나 수술받았다"고 했다.
그런 큰일을 당한 뒤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서희주는 "몇 달은 우울증 정도로 (다친) 그 장면만 생각났다.
(자카르타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훈련해왔는데 믿을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서희주는 "우슈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라 저희에게는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이나 마찬가지다.
5년을 기다린 무대로 간절하고 욕심도 생긴다"면서 "너무 긴장해서 벌써 잠을 못 잔다.
하루하루 아시안게임 생각만 하고 지낸다"고 설명했다.
원래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게 서희주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우슈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라 처음에는 아예 대회 자체가 취소될까 우려했지만, 1년을 더 준비하며 몸 상태가 좋아졌다.
서희주는 "확실히 시간이 약이다.
한동안은 다쳤을 때 생각만 해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일부러 당시 사진을 찾아서 볼 정도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 앞두고 그때 상황을 일부러 생각하면서 즐기려 한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졌다.

서희주는 이번 대회에 검술과 창술 두 개 세부 종목에 나선다.
메달은 두 종목의 점수를 합산해 가린다.
서희주는 "당연히 목표는 메달이다.
그렇지만 5년 전에 겪은 일 때문에 안 다치고 준비한 기량을 후회 없이 마음껏 펼치고 오는 걸 목표로 삼았다"며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다면 울컥할 것 같다"고 했다.
완전한 연기를 위해 체력 훈련에 힘썼다는 그는 몸 상태가 많이 올라온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희주는 "우슈는 도약 동작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흔들림이 있으면 1위에서 10위까지 추락한다.
도약과 착지가 중요한데, 무릎 통증이 사라져서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표현의 세밀함과 리듬, 안무 구성도 다채롭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무협 영화 속 영웅처럼 화려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서희주는 어릴 적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우슈를 시작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서희주에게 마지막 무대다.
그는 "한국 여자 선수로 엄청나게 늦게 은퇴하는 거다.
이 나이까지 선수로 뛰는 것도 처음이다.
여러 의미로 마지막이라 더욱 간절한 대회"라고 했다.
과거 홍콩 영화가 한창 인기를 누릴 당시에는 국내에 우슈 도장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소수의 엘리트 선수가 수련하는 종목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방송계에서는 서희주의 스타성에 주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희주는 "정말 감사한 말씀이다.
그래도 일단은 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