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과 관련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AI가 ‘가짜 성구’를 생성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개신교 AI 챗봇인 ‘초원’(옛 주님AI)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한 교회로부터 챗봇 서비스를 통째로 넘겨받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챗GPT 기반으로 개발된 이 성경 챗봇은 출시 사흘 만에 5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교단의 관심이 쏠렸다. 회사 관계자는 “많은 교회와 개신교 단체로부터 연락이 왔고, 선교 도구로 써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초원은 이용자가 고민이나 질문을 올리면 AI가 조언과 함께 관련 성경 구절을 보여주고 기도문까지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2030세대 개신교인 사이에서 ‘AI 목사’로 인기가 높다. 과거 서비스명은 주님AI였지만 AI가 작성한 내용이 실제 ‘주님의 말씀’으로 인지될 수 있다는 일부 교인의 항의에 따라 이름을 바꿨다.

종교계에서는 최근 스타트업과 협업해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디오 성경 플랫폼 바이블리 운영사인 보이셀라는 120곳이 넘는 교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바이블리는 목사의 음성을 AI가 학습해 오디오 성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국내 목회자 650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설교를 위해 챗GPT를 활용한 목회자는 20%에 달했다. 이 중 60%가 설교 준비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챗GPT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다만 AI가 부정확하거나 틀린 내용을 마치 ‘신의 말씀’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현신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챗GPT에 설교문 10편을 써달라고 했더니 이단 교리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적극적으로 챗GPT를 활용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종교계에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적 영역인 종교에 기술이 침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기거나 목사라는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