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길·조우형 등장하지만…수사 초점 '차명 SPC' 아니었다 판단
4년뒤 예보 '대출금 연체' 계좌추적·수사의뢰로 조우형 덜미
조우형, 오락가락 진술…보도의 '허위성 인식'도 쟁점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언론사 수사의 시점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이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무마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제기됐다.

이 의혹은 대장동 비리로 공격받던 더불어민주당의 역공 소재였다.

검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입건함에 따라 수사 무마 의혹의 실체는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쟁점이 됐다.
'언론사 수사' 출발점 尹수사무마 의혹…검찰 "없었다" 결론
◇ 부산저축銀 수사에 등장한 이강길·조우형…의혹의 출발점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업계 자산규모 1위이던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들이 차명으로 설립한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고객 예금을 불법 대출하고 각종 투기사업 등을 벌인 6조원대 금융 비리다.

대검 중수부는 2011년 3월부터 8개월간 수사해 박연호 회장 등 42명을 구속기소 하는 등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3천387명이 조사받았고 투입된 수사 인력은 최대 133명이었다.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씨와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도 등장한다.

이씨는 조씨의 도움으로 2009년 11월∼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이 포함된 11개 대주단으로부터 총 1천805억원을 대출받아 수사선상에 올랐다.

박연호 회장의 인척인 조씨 역시 당시 대검에서 참고인으로 2∼3차례 조사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검의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조씨는 4년 뒤 2015년 5월 수원지검 수사 결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받게 도와주는 조건으로 이씨로부터 10억3천만원을 자신의 SPC를 통해 받은 혐의였다.

이를 근거로 '이미 비슷한 내용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가 4년 전 조씨 등의 혐의를 알고도 덮었고 윤 대통령이 여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언론사 수사' 출발점 尹수사무마 의혹…검찰 "없었다" 결론
◇ 검찰 "대장동 대출, 차명 SPC 사용 안 해 수사 제외" 판단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최근 수사 무마 의혹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의 당시 수사 기록을 분석하고, 조씨를 변호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수사 담당자들의 진술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이같이 판단했다.

우선 검찰은 이씨가 대출받을 때 명의로 사용한 3개 업체(C7, 나인하우스, 대장PFV)는 부산저축은행 측 지분이 포함된 차명 SPC가 아니라고 확인된 데다, 담보 장치가 마련된 적법 대출이었다고 판단돼 수사 대상에 빠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씨의 알선수재 혐의 역시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당시 조씨가 대검에서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조기에 종결해달라'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청탁을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거쳐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전달하는 과정과 관련됐는지를 조사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는 2021년 11월24일 검찰 조사에서 "김양 부회장 부탁으로 박태규에게 돈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받았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의 가족관계 등을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이씨 역시 대검 수사에서 조씨의 알선수재 혐의 관련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당시 대검이 조씨에 대해 '계좌 압수수색'까지 하고서 입건하지 않았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는 2013년 11월∼2014년 6월 대출금을 연체한 C7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 이씨의 횡령 혐의 등이 드러나자 2014년 6∼7월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수원지검이 이씨를 구속수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1월 조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조씨 계좌 추적은 대검이 아닌 예보 단계에서 이뤄졌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경기지방경찰청은 2013년 8월 이씨 등이 대출금 일부를 성남시의회 로비 자금으로 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2014년 4월 조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언론사 수사' 출발점 尹수사무마 의혹…검찰 "없었다" 결론
◇ 허위성 인식 입증 관건…조우형, 검·경서 오락가락 진술
검찰은 이렇게 수사 무마 의혹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출발점 삼아, 고의로 이를 증폭시키는 허위 보도를 한 것 아닌지 경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의혹이 허위라는 결론이 인정되더라도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이 의혹의 실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는 만큼 공익성 있는 대선 후보 검증 차원의 보도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교한 '대선 공작' 아래 기자들이 허위를 명확히 인식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사 대상인 뉴스타파 등 일각에서는 당시 수사기록 속의 몇몇 정황을 근거로 여전히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조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대검 수사 상황에 대해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씨는 2014년 1월15일 경찰 조사에서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건뿐만 아니라 박연호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뇌물 등을 전달한 게 아니냐. 박 회장이 비자금을 만들 때 대출해준 회사로부터 저를 돈세탁에 이용하지 않았냐는 내용으로 수사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 저뿐만 아니라 회사, 가족의 모든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소환돼 조사받아 저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수사받은 내용 중에는 대장동 관련 부분도 있다"고 진술했다가 다른 질문에는 같은 답변이 조서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조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당시 대검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조사받은 적이 없고 계좌 압수수색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120개 차명 SPC 중에는 조씨가 운영하는 주거용 건물 공급업체 '더뮤지엄양지'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조씨와 더뮤지엄양지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었음에도 빠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근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이 차명 SPC라는 사실을 인정해 처벌받은 것으로, (명의자인) 조씨를 처벌할 필요는 없었다"며 "수사무마 의혹과 전혀 다른 얘기"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