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 자격 규정도 거론…일부 위원 에둘러 겨냥 해석도
인권위원장 "박정훈대령 긴급구제 대응 순탄치 못해 유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긴급구제 신청 처리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데 대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유감을 표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일부 매체와 만나 "박 대령 관련 긴급구제 요청 건에 대해서 여러 내부적 사정으로 순탄하지 못한 점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법과 관련 하위 법령, 규칙 등에 대해 해석상 이견이 있어 위원회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유감스럽기도 하고 인권위를 지켜 보시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권위에 제기되는 모든 과제를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하나하나 검토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인데 흡족하게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계속해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법 제5조 3항을 거론하기도 했다.

인권위원의 자격을 다룬 이 조항에는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그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투적인 문장 같지만 그 뜻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권위가 어떤 필요에 의해 구상되고 탄생한 조직인지, 역할은 무엇인지 확고한 인식이 있는 분들이 와야 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쪽'이고 저 사람은 '저쪽'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토론이 잘 안된다.

예를 들어 인권위가 좌파의 소굴이라거나 한쪽의 이야기만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향하는 목표와 인권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면 위원들 간의 작은 의견 차이는 토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위원을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해보면 인권위원의 자격에 대한 원칙적 언급을 통해 일부 위원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인권위 내 여타 갈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 문제는 좌·우 또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인류 문명의 문제"라며 "헌법상의 인권, 관련 규정, 국제 인권에 관한 규범을 오로지 기준으로 삼고 매 안건을 접하고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원장 "박정훈대령 긴급구제 대응 순탄치 못해 유감"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했던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는데 그에 앞서 임시 상임위원회에서 안건을 논의하려다 상임위원 2명이 불참해 회의를 제대로 열지 못했다.

불참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해당 안건은 군인권보호위가 심리해야 할 문제임에도 송 위원장 측과 사무처가 무리하게 상임위를 추진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달 8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는 시민단체 진정에 대한 기각 결정을 놓고 사무처와 김 위원이 이견을 보이며 각각 다른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