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들이 지난 5년간 5500건이 넘는 불법 주류 광고를 내보내고도 단 한 차례의 벌금도 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와 유튜브 성장으로 주류업계의 광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무분별하게 불법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류회사들이 집행한 광고 가운데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5575건이다. 2019년 576건에서 올해 상반기 1332건으로 급증했다. 가장 많은 불법 광고를 내보낸 업체는 오비맥주로 490건이 적발됐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주류 광고에 △임산부나 미성년자의 음주 묘사 △운전·작업 중 음주 묘사 △검증되지 않은 건강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2021년 임산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크리스마스 와인 파티’ 광고를 내보냈다. 하이트진로는 발포주 광고에 ‘오로지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만들었다’는 문구를 넣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발표에 맞춰 ‘이제는 만납시다. 이제는 마십시다, 카스’라는 음주 권유 문구가 담긴 광고를 내보냈다.

불법 주류 광고가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 현행법이 사실상의 ‘투 스트라이크 아웃’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집행된 모든 주류 광고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1차 모니터링을 받는다. 개발원은 불법 광고를 식별해 수정이나 삭제 등을 요구하는 시정요청을 내린다. 개발원의 1차 시정요청을 무시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강제성을 지닌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업체들에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하는 구조다.

이 과정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반년 넘게 소요된다. 주류 업체 입장에선 광고 효과를 충분히 누린 후 수정하더라도 아무 불이익이 없다. 개발원 관계자는 “현행 모니터링 후 벌금 부과 구조가 자리 잡은 2017년 이후로 처벌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속적으로 불법 광고를 송출하는 업체를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