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성 노보렉스 대표가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섬장금융 K-Growth홀에서 열린 'BNH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업계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가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섬장금융 K-Growth홀에서 열린 'BNH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업계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새로운 도구(기술)가 등장하면 도구 자체가 주목받지만 이후 보편화되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인 BNH인베스트먼트가 14일 주최한 ‘BNH 인사이트 세미나’의 연사로 나선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의 (구조)예측이 정확해질수록 이를 검증하는 단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검증에 대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AI 신약개발의 신호탄은 IBM이 쏘아올렸다. 인공지능 ‘왓슨’에 기반한 ‘IBM 왓슨 헬스’를 2018년 선보이면서부터다. 하지만 IBM의 신약개발 AI 서비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관련 서비스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시장의 평가와 더불어, IBM은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IBM은 2019년 관련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엔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잘 알려진 슈뢰딩거를 비롯해 AI 신약개발을 간판으로 내건 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국내에도 스탠다임을 비롯한 여러 신약개발사들이 설립됐다.

손 대표는 “IBM 왓슨 헬스케어 등장 이후 많은 AI 신약개발사들이 등장했다 문을 닫기를 반복했다”며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고 기술이전(LO)과 대규모 투자 유치 등으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검증능력”이라고 강조했다. AI에 기반한 구조 예측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증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손 대표는 대표적인 예시로 영국의 익사이엔시아와 미국 리커전을 들었다. 그는 “익사이엔시아는 AI는 그저 신약개발을 위한 도구 중 하나로만 사용하고 실험실 데이터와 인체 데이터에 기반한 신약개발을 하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억2500만달러 규모 시리즈D 투자를 받기도 했던 이 기업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12억 달러 규모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리커전는 AI로 발굴한 물질을 여러 질병에 대한 세포모델로 직접 검증하는 프로세스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2021년 로슈 및 제넨텍과 최대 40개 후보물질 발굴 관련 협력을 발표한 리커전은 지난 7월 엔비디아로부터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손 대표는 “두 기업 모두 AI 신약개발사지만 AI 신약개발이라는 도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도구로만 활용하는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손 대표는 AI 신약개발사를 바라보는 다국적제약사의 시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AI 신약개발이 주목받고 있음에도 다국적제약사가 AI 신약개발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운 덴 이유가 있다”며 “다국적제약사도 자체적으로 AI 신약개발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어 새로운 후보물질과 데이터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선 해당 물질이 AI로 개발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차의과대에서 약학과 교수를 지낸 손 대표는 2020년 신약벤처기업 노보렉스를 설립했다. AI로 발굴한 신약후보물질을 생화학적·물리적으로 검증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건선치료제 및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14일 17시 24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