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는 ICBM과 기술적 동일해 제재 위반…위성 본체 업그레이드 협력할 수도
기존 위성 판매·임대 가능성…전문가 "북으로선 위성 바로 확보 가능"
북러 '위성 협력' 어떻게…발사체 개발지원 우려·위성 넘길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군사정찰위성 개발 지원을 공언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위성 분야 협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찰위성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우선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이라고 했던 만큼 북한으로서도 우주 강국인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다.

최고지도자급에서 위성 개발 협력을 공공연히 밝힌 이상 북러는 신속하게 이행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위성 협력이 우주발사체와 위성 본체, 관련 시험설비 등의 분야에서 진행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우주발사체의 경우 김정은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살펴본 '안가라' 로켓을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안가라 로켓은 2013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1단과 엔진이 같다.

나로호 성공 배경에 안가라 로켓이 있었던 것으로, 이 로켓이 북한에 간다면 남북이 러시아 기술을 공유하는 셈이 된다.

다만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서 독자적인 '천리마 1형' 발사체를 적용한 북한이 이를 포기하고 로켓 자체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올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새 체계를 적용한다면 다음달 진행하기로 한 3차 발사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러시아가 '천리마 1형' 개발을 돕는 방안이 제기된다.

북한은 화성-15형 등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간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토대로 천리마-1형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백두산 엔진이 러시아제 RD-250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 엔진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 과학자들을 북한으로 보내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도록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성을 띄우기 위한 우주발사체와 ICBM은 기술적으로 동일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협력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14일 "이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용 ICBM을 지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안보리 결의에 따라 여행이 금지된 북한 인사들이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수행단에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 준수를 딱히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북한에 없는 고급 시험설비를 러시아가 지원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은 고공 엔진인 2단과 3단 엔진의 작동 환경을 구현할 '고공 체임버'를 갖춘 연소시험장 등은 구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 개발에서는 이런 난관을 북한 스스로 뚫었지만, 천리마-1형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 러시아가 시험 설비를 제공하거나 시험을 자국에서 대행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러 '위성 협력' 어떻게…발사체 개발지원 우려·위성 넘길 수도
러시아로선 발사체보다 위성 본체를 지원하는 게 부담이 작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에도 많은 전략물자가 들어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무래도 ICBM에 직접 전용될 수 있는 발사체 기술보다는 국제적 비판의 소지가 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위성 본체 '만리경 1호'는 지난 5월 1차 발사 실패 이후 우리 군에 인양돼 부실한 성능이 밝혀졌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 조사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체, 위성에 탑재하는 카메라 등을 제공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만리경 1호 발사를 러시아가 대행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간 천리마 1형 제작에 북한이 들인 공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가 기존에 띄워둔 정찰위성을 판매·임대·공동 활용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 운용 교육훈련 등을 받은 뒤 당장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찰위성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다른 방안들은 북한의 자력갱생을 러시아가 돕는 형태인데 한계가 크다"고 진단했다.

북러 '위성 협력' 어떻게…발사체 개발지원 우려·위성 넘길 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