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대동 전무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회사의 수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2017년 2931억원이던 대동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3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동 제공
박준식 대동 전무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회사의 수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2017년 2931억원이던 대동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3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동 제공
“북미 시장에서 대동은 일본 구보타, 미국 존디어에 이어 세 번째로 중소형 트랙터를 많이 팔고 있습니다.”

농기계업체 대동의 박준식 커스터머비즈부문장(전무)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작년에 북미 시장에서만 트랙터를 2만 대 가까이 팔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동은 100마력 이하급 중소형 트랙터를 주무기로 작년에만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국내 1위 농기계업체다. 최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내놓으며 투자자 사이에선 ‘농슬라’(농기계업계 테슬라)로 불리기도 한다.

대동의 수출 전선을 이끄는 박 전무는 의외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1995년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텔레콤(BT)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정보기술(IT)맨 출신이다. BT의 동아시아사업 총괄임원까지 지낸 그는 2010년 KT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사업을 맡았고, 다산네트웍스를 거쳐 2021년 대동에 합류했다. 박 전무는 “농업은 디지털화가 가장 늦은 영역으로 꼽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1947년 설립돼 올해 76주년을 맞은 대동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연결 기준으로 6101억원이던 대동의 매출은 지난해 1조4637억원으로 5년 만에 2.2배가량으로 늘었다. 성장의 동력은 수출이다. 2017년 2931억원에 불과하던 대동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30억원으로 무려 3.3배로 늘어났다. 박 전무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69%로 뛰었다”며 “대동의 메인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고 설명했다.

대동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성장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취미로 농사를 짓는 하비파머 열풍이 불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대동의 주력 제품인 중소형 트랙터 수요가 급증했다. 그전까지 연간 1만 대 수준이던 주문량이 두 배로 늘었다. 박 전무는 “내구성 등 품질에는 정평이 나 있던 상황에서 경쟁사 대비 가성비가 높다는 것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늘어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부품 조달부터 생산, 운송 등 모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많은 업체가 생산을 멈추는 상황에서도 핵심 부품을 확보해 납기를 맞췄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대동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북미 시장에서만 5만4000대의 중소형 트랙터를 팔며 2019년 4.5%이던 시장점유율을 7.1%로 높였다.

박 전무는 “대동의 수출시장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대동은 길이 좁고 지형이 험한 유럽의 과수원을 겨냥해 트랙터 폭을 10% 줄인 맞춤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4분기엔 국내 업계 최초로 탑승자의 작업 제어 없이 기계가 스스로 작업하는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와 콤바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대동이 축적한 토양 및 경작 등 농업 데이터를 활용해 농부들에게 농지와 기후 특성에 맞는 최적의 경작법을 제시하는 정밀농업 플랫폼까지 사업의 폭을 확장할 것”이라며 “농기계만이 아니라 농업 분야 전체를 수출 시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