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상장폐지 종목' 투자 피하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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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전직 임원, 대주주 자주 바뀌면 피하라

상장폐지 기업의 특징 살펴보니…신사업 대거 추가하기도
경영진 과거 이력부터 불성실공시법인, 관리종목 여부도 중요
[마켓PRO] '상장폐지 종목' 투자 피하는 팁
"상장폐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오진 않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전직 임원이자 상장폐지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투자자들이 몇 가지 징조를 사전에만 알아차리면 상장폐지라는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 등의 부정적인 사유로 상장폐지된 종목은 6개사에 달한다. 감사의견 거절부터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171개사다. 이중 결산 관련 상장폐지 기업은 48개사로 28.1%를 차지했다. 결산 관련 상장폐지 사유 중에는 '감사의견 비적정'(91.7%)이 가장 큰 비중을, 그다음으로는 사업보고서 미제출(8.3%)이 주된 이유였다.

A씨는 상장폐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오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나듯이 상장폐지 우려 종목도 투자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

경영권 자주 바뀐 종목, 상폐 위험도 높아

우선 최대주주 등 경영권이 자주 바뀌면 상폐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A씨는 "실제로 상장폐지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대주주 등 경영권 변동이 잦고 목적사업이 수시로 변경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눈여겨볼 부분은 경영권 변동인데, 그동안 시장에서 퇴출 당한 기업들은 경영권 변동이 잦았고 횡령 등 내부통제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잦은 교체는 경영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어렵게 한다. 최대주주가 자주 바뀔수록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7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지나인제약은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대주주가 네 차례(최대주주 반대매매에 따른 공석까지 포함)나 변경됐다. 이 회사는 감사인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됐다.

A씨는 신규 사업이 수시로 추가되거나 무리하게 타법인을 인수하는 종목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기업들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 신규 사업 추가나 인수·합병(M&A)에 나서지만, 일부 종목은 당시 시장에서 유행하는 테마에 올라타기 위한 밑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상폐된 콘텐츠 서비스 전문업체 제이웨이의 사업 목적은 총 42개에 달한다. 음반과 영화 제작업부터 자동차부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신약과 항암제 개발, 농수산물 수출, 마스크 제조업 등 분야도 다양했다. 제이웨이도 지나인제약과 마찬가지로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적자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경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사업이나 타법인 인수 방안을 고민을 하는 종목들이 있다"면서 "본업과 별개의 사업 영역으로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타법인 인수 후에도 실적이 늘지 않는 기업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계약 공시가 빈번하고 추후 정정 공시를 하는 기업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추후 슬며시 계약규모를 축소하거나 해지하는 정정공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급계약 규모를 부풀리는 등의 허위공시일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주가를 부양하지만 결국 투자자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최대주주나 경영진 과거 이력도 중요

A씨는 상폐 위기에서 살아난 종목도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 전환, 추가 자금 지원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겨봐야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주주나 경영진이 과거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는 경우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의 사유로 상폐 위기에 놓인 이화그룹 계열 상장 3사(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의 실질 주인 김영준 전 회장은 과거에도 이화전기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는 투자자가 투자 종목의 경영 상황을 일일이 판단하기 힘들 땐 '불성실공시법인'이나 '관리종목' 여부를 잘 챙기라고 말한다. A씨는 "상장폐지된 종목들은 살펴보면 불성실공시법인이나 관리종목 이력을 가지고 있다"며 "상폐를 피하기 위한 완벽한 비법은 없지만, 몇 가지 지표를 참조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