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AI 기반 동반진단' 루닛스코프…1년 안에 성과 나올 것"
"한국에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사진)는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에서 세계적 유통 채널을 확보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판매할 수 있던 비결을 설명했다. 루닛은 암을 진단하고 정확히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다.

이미 기반을 가진 하드웨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유통 창구를 확보하자는 서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그는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장치 등을 납품하는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하거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처럼 의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루닛의 제품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2500여곳의 의료기관에 루닛의 제품이 도입돼 있다. 서 대표는 "해외 비중이 80~90%로 글로벌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은 성공적"이라며 "지난해 1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 국가암검진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국가 주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치료가 좋을지 판단하는 '루닛 스코프'는 신약개발 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로 불리는 정밀의료 영역에서 AI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주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죽이도록 유도한다. 이 때 조직 주변을 면밀히 분석하는데 AI를 활용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서 대표는 "극단적으로 암 조직 옆에 면역세포가 없으면 면역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며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 분포와 종류를 파악하는 바이오마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루닛 스코프는 협업 중인 제약사의 신약 출시 일정에 맞추고 있다. 병원에서 특정 약을 처방할 때 루닛 스코프로 검사를 하게 된다. 신약개발에 실패할 위험이 있지만 한 번 승인되면 시장성이 크다. 서 대표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AI로 환자군을 추리면 항암제 반응률을 높일 수 있어 인허가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루닛은 현재 20여 개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 계약을 맺거나 협업을 논의 중이다. 서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임상 1·2상에서 반응률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확인 중"이라며 "1년 안에 충분히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