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소식 기다리며 발 동동…희미해진 '희망의 끈'
살아남은 자의 고통…잿더미 된 라하이나 주민들, 집·일자리 잃고 '막막'
"마우이 다시 와달라" 곧 다시 개방…"아름다운 자연 즐기자" 목소리도

'지상 낙원'으로 불린 미국 하와이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지 8일(현지시간)로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11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60여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화재의 아픔을 딛고 지역을 예전처럼 재건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어 하와이가 화마의 상처를 극복, 관광 천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와이 산불 한달]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폐허 딛고 지상낙원 명성 되찾을까
◇ 실종자 소식 기다리는 가족들…신원 파악 늦어지며 고통 길어져
하와이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산불로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실종자 수는 66명이다.

지난 1일 당국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처음 발표한 실종자 명단 385명에서 크게 줄었다.

사망자 수는 115명으로, 지난달 21일 이후 약 3주째 변동이 없다.

이들 가운데 신원이 밝혀진 인원은 60명이고, 나머지 55명은 아직 확인중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이들의 시신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버려 실제 사망자 수는 수개월이 지나도 정확히 파악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명피해 파악에 걸리는 시간만큼 실종된 가족의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들의 고통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79세 부친의 실종을 신고한 킴벌리 부엔은 지난주에야 아버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렸다고 말했다.

부엔은 "전에는 전화가 오면 (살아계신) 아버지를 찾았는지 물었지만 지금은 (시신을) 발견했냐고 묻는다"며 "이제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의 (유해) DNA와 일치한다는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

마누엘 세랄데(52)는 화재 당시 라하이나 멜라 스트리트에 있는 임대주택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모와 처제가 살아있다는 희망의 끈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세랄데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는 뉴스가 많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살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 산불 한달]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폐허 딛고 지상낙원 명성 되찾을까
◇ 집도 일자리도 잿더미…살아남은 주민들 '캄캄한 앞날'
실종된 가족을 찾는 것과 별도로 화마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국은 현재 이재민 7천500명이 호텔과 에어비앤비로 쓰이던 임대용 숙소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세랄데 부부도 이들 가운데 하나다.

장모와 처제의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집에서 살았던 이들은 두 자녀를 데리고 화마에서 탈출했지만, 집을 잃고 현재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정말 힘들다"며 "우리의 아름다운 집은 잿더미가 됐고, 가족들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이고,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당장 생계부터가 막막하다.

마우이섬의 일자리는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라하이나의 유명 관광지와 유적, 음식점 등은 잿더미가 됐다.

그나마 대형 리조트와 호텔은 큰 피해를 면했지만 지금은 이재민들 숙소로 쓰이고 있다.

당국은 산불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9일 이후 마우이섬 방문객이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와이 산불 한달]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폐허 딛고 지상낙원 명성 되찾을까
◇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마우이 다시 찾아 달라"
하지만 당국과 주민들은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정부 지원금과 외부 기부금으로 피해 지역을 재건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마우이 경제를 지원하고 고용을 유지하면 (주민들이) 상처를 더 빨리 치유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직후에는 마우이섬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했던 당국은 이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다시 여행을 와달라고 권하고 있다.

내달 8일부터는 마우이섬 여행 제한 조치를 종료하고 지역을 여행객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다만 피해가 극심한 마우이 서부지역 대신 다른 지역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하와이 출신 할리우드 배우 제이슨 모모아와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에어로스미스'의 보컬이자 마우이에 집을 소유한 스티븐 타일러 등 유명인들도 '마우이 다시 찾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마우이와 몰로카이, 하와이섬, 오하우, 카우아이 등에서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하는 해돋이 행사가 열렸고 주민들을 위한 철야 기도회도 진행됐다.

라하이나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던 에릭 리(40)씨는 이번 산불로 집을 잃고 임시 숙소에 살고 있지만 마우이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는 일은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는 이곳을 사랑하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다"며 "나는 라하이나를 사랑하며 그것이 내가 아는 모든 것이다.

이곳에서 함께하면서 같이 미소 짓는 사람들 말이다"라고 말했다.

라하이나의 명물이었던 150여년 수령의 반얀트리(Banyantree)가 이번 화재에서 잎과 잔가지들이 불에 타고 까맣게 그을리기는 했어도 나무 기둥과 굵은 가지들이 건재한 모습으로 확인된 것도 하와이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준 대목이다.

[하와이 산불 한달]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폐허 딛고 지상낙원 명성 되찾을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