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시행된 한국의 비핵·평화 정책에도 북한은 사실상 아홉 번째 핵보유국으로 거듭났다. 늦은 대응은 값비싼 대가를 초래하는 법. 저자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이 최소한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잠재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디치미디어, 300쪽, 2만원)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부탁한 것은 여성과 픽션에 대해 강연해달라는 것이지 않았나요? 이게 자기만의 방이라는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이제 내가 해명할 차례군요.”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마치 자신의 책이 ‘여성과 글쓰기에 대한 문제작’으로 자리매김할 걸 예견한 것처럼요. 페미니즘에 대한 무수한 의심과 공격을 익히 안다는 듯이 말이죠.이 책은 울프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강연한 원고를 기초로 1929년에 출간한 논픽션입니다. 대화체 문장이 친숙하면서도 도발적이죠. 울프는 책의 목적이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뿐”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돈과 방이 대체 여기서 왜 나오는 걸까요?책 속 가상의 인물 ‘메리 시턴’의 이야기가 울프의 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 시턴은 울프의 분신, 혹은 숙모(캐롤라인 에밀리아 스티븐)의 분신입니다. 울프는 ‘나’뿐 아니라 시턴을 등장시키면서 자신의 주장을 여성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시킵니다.시턴은 어느 날 여성과 픽션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려 대학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관리원이 나타나 물러가라고 손짓합니다. “그 신사는 유감스럽지만 여자는 칼리지 연구 교수와 동행하거나 소개장이 있을 때만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습니다.”‘돈이 많아 대학 도서관을 짓는 기금으로 내놓았다면 달랐을까?’ 이런 꿈조차 꾸기 힘들어요. 당시 법률상 여성이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수 세기 동안 여성의 재산은 남편 명의로 등록해야 했죠.울프는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왜 한쪽 성은 부유하고 한쪽 성은 가난한가? 가난은 픽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울프는 글 쓰려는 여성에게 필요한 건 공간적 독립(자기만의 방)과 재정적 독립(돈)이라고 주장합니다. 작가뿐일까요. 자기만의 방이란 결국 여성이 자아실현을 위해 뭔가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 시간을 가족과 사회가 당연하게 존중해주는 걸 의미할 거예요.울프는 셰익스피어에게 뛰어난 재능을 갖춘 주디스라는 누이가 있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주디스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테고, 문법과 논리학을 배울 기회도 얻을 수 없었겠죠. 어쩌다 오빠의 책을 읽으면 부모님은 여자한테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타이릅니다.울프는 ‘우리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셰익스피어 누이 같은 사례가 다시 생겨도 시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을 맺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울프를 비롯해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들이 있었지요.최근 국내 출간된 <문학의 역사>에서 울프는 당당하게 한 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하나의 장을 할애해 소개한 또 다른 작가로는 셰익스피어가 있습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신간 <매혹하는 미술관>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1946~)를 포함해 여성 예술가 12명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등이다. 저자가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준 인물들이다.책을 쓴 송정희는 뒤늦게 미술에 매혹돼 제주에 갤러리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10년 동안 영자 신문 ‘제주위클리’를 발행해 외국인들에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기도 했다.책에서 소개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세르비아 출신의 행위예술가다. 1974년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갤러리에서 6시간 동안 펼친 퍼포먼스 ‘리듬 0’으로 유명하다. 탁자 위에 72개의 물건이 놓였다. 장미, 깃털, 물이 채워진 유리컵, 채찍, 가위, 해부용 칼, 총과 탄알 등이었다. 관객은 이 물건으로 아브라모비치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처음엔 그에게 장미를 건네고 깃털로 간지럽히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누군가는 장미 가시를 아브라모비치에게 꽂거나, 옷을 찢거나, 입술에 상처를 냈다. 급기야 총알을 권총에 장전해 그의 머리에 겨누는 관객까지 등장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예술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고 두려운 것을 해본다.”우리는 왜 그림에 매혹될까.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한다고 일컬어지는 그림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에서 마음에 불쑥 들어오는 그림이 더 깊숙이 남는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렇게 저자가 매혹된 작품들이 담겨 있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사진작가 윤광준의 신간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은 제목 그대로 생활 속 명품 101개를 소개하는 책이다. 고가의 가방이나 보석은 나오지 않는다. 칼갈이 기계, 쓰레기통, 화분, 책가방 등 작고 소소한 것들로 책을 채웠다. 자신의 방부터 회사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과 그 속에 담긴 사연이나 단상 등을 풀어냈다. 저자는 “무엇을 쓰느냐가 곧 한 사람의 스타일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멋있게 보이려면 쓰는 생활 속 물건들이 멋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