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무관 2명이 담당 과장에게 청탁 정황…"구태 여전하단 증거"
전화 한 통에 사라진 특별면회 부활…부산경찰 기강해이 심각
부산 한 경찰서 간부가 살인미수 피의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지인과 불법 면회를 시켜준 사건과 관련해 부산, 경남 경무관 2명이 연관된 정황이 나왔다.

8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경찰서 A 경정은 지난달 초 살인미수 혐의로 유치장에 입감된 B씨를 피의자 조사를 한다며 데리고 나와 자신 사무실에서 지인과 만나게 해준 혐의(직권남용)로 현재 경찰청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B씨의 불법 면회 과정에는 부산, 경남의 경무관 2명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남 C 경무관은 부산 D 경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피의자(B씨) 지인이 B씨가 구속되기 전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데 가능하냐'는 취지로 문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D 경무관이 절차대로 하면 된다고 답하자 C 경무관은 사건 담당과장인 A 경정 연락처를 물어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피의자가 지인과 만나게 해줄 수 있느냐는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B씨가 지인을 불법 면회한 뒤 A 경정은 D 경무관에게 면회 사실을 보고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런 정황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본청이 감찰 중이라 정확한 경위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두고 부산 경찰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조직 내부에서 나온다.

유치장 입감 피의자는 정식절차를 밟아 유치장 내 마련된 면회실에서만 접견이 가능하다.

변호인이 있으면 별도로 마련된 변호인 접견실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피의자가 유치장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특별 면회는 제도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경찰이면 누구든 이 사실을 숙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정황대로라면 경찰 고위 간부(경무관)의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된 청탁으로 유치장 피의자가 버젓이 사건 담당과장 사무실에서 불법 면회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A 경정은 불법 면회를 시켜줄 목적으로 피의자 조사를 한다며 거짓으로 입출감 지휘서에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1980년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는 면회를 청탁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면 아직 경찰 조직이 구태를 못 벗어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