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中화웨이, '중국과 밀착' 사우디에 데이터센터 오픈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업 확장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열었다.

오랜 기간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사우디가 최근 들어 중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화웨이가 사우디를 교두보 삼아 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중동 지역 첫 데이터 센터를 열었다.

리야드 데이터 센터는 인공지능(AI) 응용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웨이는 이 센터를 통해 향후 5년간 현지 개발자 20만명을 지원하고 현지 기업 1천여곳·스타트업 2천곳과 협력할 계획이다.

해당 센터 개소식에서 화웨이 중동·중앙아시아 대표 스티븐 이는 "중국 기업들의 사우디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사우디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날 아랍어 지원을 위해 훈련된 '판구 AI' 모델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은 현지 기업들의 성장을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우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전체에 걸쳐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야드 데이터 센터는 화웨이의 30번째 데이터 센터로, 국가 전략 사업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삼은 사우디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

또한 화웨이는 서방 시장에서 갈수록 거센 압박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사우디의 밀착에 힘입어 중동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해킹 도구를 설치해 기밀을 빼간다며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유럽연합(EU)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회원국들에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차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포함해 신규 사업 확장으로 수입을 다변화해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

화웨이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지난해 453억 위안(약 8조2천300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41억 위안(약 4조3천8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양국은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투자·협력 협정에 서명하는 등 경제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당시 체결된 협정에는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데이터 센터 등 첨단 정보기술(IT) 산업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군사적으로 미국에 아직도 크게 의존하는 사우디가 화웨이를 파트너로 택하고 이를 보란 듯이 과시한 것은 미국과의 긴장마저 무릅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에는 화웨이가 리야드로 중동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는 중동 지역에서 200여개 정부 관계 고객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중 150여곳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인터넷 기업이고 30여곳은 금융서비스 기관들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