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고성능 LFP 배터리 첫선
삼성그룹의 ‘전장 연합군’이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총출동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해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대규모 전시관을 열고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독일에서 글로벌 부품·정보기술(IT) 회사들과 진검승부를 벌였다.

삼성SDI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한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니켈 비중이 높은 프리미엄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온 삼성SDI가 LF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 중인 고성능 배터리다. 중국 회사들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차량용 LFP 배터리는 테슬라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사용하며 입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가용 전기차에 집중적으로 쓰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 LFP 배터리는 제조 원가가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았다. 망간을 혼합한 LMFP 배터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가격으로도 에너지 밀도를 15~20%가량 높일 수 있다. CATL과 BYD, 궈시안 등 중국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을 적용한 LFP 기반 배터리를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 위아래에 있는 양극·음극단자를 옆으로 옮긴 새로운 폼팩터의 ‘사이드 셀’도 최초로 공개했다. 상하부에 냉각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어 열 안전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은 6일 행사장을 찾아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다. 최 사장은 “미래 전기차 산업을 선도할 유럽에서 최고의 품질과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그룹 미니의 신형 전기차에 들어간 원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삼성디스플레이도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했다. 차량 디스플레이에 OLED를 채택하는 완성차가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시관에 마련된 ‘세이프 드라이빙 센터’에선 한밤중 차 앞으로 뛰어든 검은 고양이도 선명하게 잡아내는 OLED의 성능을 본 관람객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메모리·시스템·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부문에서 차량용 솔루션을 구축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과 차량용 이미지 센서인 ‘아이소셀 오토 1H1’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조명을 통해 차와 탑승객이 상호작용하는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헤드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증강현실(AR) 글라스 각각에 적합한 LED 솔루션도 대거 공개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