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도로를 달리는 트램(노면전차) 건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위례선 공사가 한창이고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와 수원 망포역을 이을 화성트램(동탄도시철도)도 궤도에 올랐다. 부산 울산 등 전국적으로 트램을 추진 중인 지자체는 20여 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의 5분의 1 수준인 공사비, 지역상권 거점화가 쉬운 환승 효과, 배터리와 수소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트램이 미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위례 동탄 울산 등 전국 20여 곳 추진

가성비 + 친환경…'트램' 속도내는 지자체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착공한 위례트램은 2025년 9월께 운행을 시작한다. 1968년 서울 노면전차가 사라진 이후 57년 만에 국내에 부활하는 첫 트램이 될 전망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수인·분당선 복정역을 잇고, 지선으로 수도권전철 8호선 남위례역에 도달하는 5.4㎞ 노선이다.

위례신도시는 애초에 트램 운행을 가정하고 조성된 곳이다. 아파트 단지를 구획 짓는 통로가 일반 차량은 다니지 못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이유다. 통로 양쪽엔 상가가 늘어선 트랜싯몰이 있다. 평소엔 보행로와 상점가로 트램만 드나들 수 있는 유럽형 도시다. 서울시 관계자는 “트램 완공이 위례신도시의 진짜 완성 시점”이라며 “오래된 트램이 도시의 상징이 된 미국 뉴올리언스, 포르투갈 리스본, 오스트리아 빈과는 또 다른 형태로 한국형 신도시 트램이 도시의 교통 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속충전, 수소트램 등 지역별 특화

화성시는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병점과 동탄장지, 수원 망포, 오산역을 X자로 잇는 트램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총연장 34.2㎞, 정류장 32개에 사업비가 9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도시교통사업이다. 지하철을 건설하려면 수조원이 들어 트램을 택했다. 트램 건설비는 ㎞당 200억~300억원가량으로 고가 경전철의 3분의 1, 지하철(중전철)의 5분의 1 비용으로 추산된다.

화성시는 지난 6월 트램의 전력 공급 방식을 역 정차 때마다 수시로 급속 충전하는 슈퍼캐퍼시티 방식으로 확정했다. 위례선의 배터리 방식보다는 비용이 더 들지만 비교적 긴 노선을 운영하기 쉬운 점을 고려했다. 현대로템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증 연구 중인 수소전기트램도 검토했으나 현재의 수소 공급망으로는 2027년 말 트램 개통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돌아섰다.

울산시가 신복로터리와 태화강을 잇는 10.99㎞ 구간에 세계 최초로 수소트램을 도입하는 울산도시철도 1호선 사업은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수소트램 도입 시 설비를 깔아야 하는 화성시와는 달리 이미 도심까지 수소 배관이 연결돼 있어 큰 무리가 없다. 사업비는 3297억원 수준이다. 강용관 울산시 철도팀장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울산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1% 정도에 그친다”며 “초기에 적자가 나더라도 고령화 시대에 노약자가 활용하기 좋은 대중교통 수단을 확보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

부산 대전 인천 등 트램 도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20곳이 넘는다. 대전시는 38㎞에 달하는 도시철도 2호선 구간에 고가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추진했으나 이 구간에 열차가 다닐 고가를 설치하는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개발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2014년 트램 설치로 선회했다. 오는 10월까지 각 차량 제작사로부터 슈퍼캐퍼시티식, 배터리식, 수소전기식 등 다양한 기술 제안을 받는다.

황현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트램연구실장은 “유럽 도시들은 신형 트램이 나오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트램을 속속 도입해 도심 교통난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며 “자동차 100대 이상의 승객을 전철 한 대로 운송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세계 도시들이 속속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