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섭·주은선 교수 "소득대체율 인상안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
국민연금 공청회 하루 앞두고…'보장성 강화파' 위원들 사퇴
국민연금 개혁안 보고서를 놓고 정부 전문가 위원회 내부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연금 '보장성 강화'를 주장해 온 일부 위원들이 공청회를 하루 앞둔 31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 민간전문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재정계산위원회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본질을 구현하고 합리적이고 공평한 재정안정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오늘 재정계산위원회의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는 정부 내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위원회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위원들로,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보장성 강화파' 위원들이다.

이들은 보험료율 인상 등을 통한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재정 안정파' 위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는 가입자 단체와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정부 및 민간 위원 15명으로 구성됐으며, 작년 11월 첫 회의를 시작해 이달까지 21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민간전문위원 중 '소득보장 강화파'로 명확히 분류되는 위원은 남 교수와 주 교수 2명에 불과해 연금 개혁안 보고서의 방향이 애초부터 '보장성 강화'보다는 '재정 안정'에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퇴한 위원들은 "이번 재정계산위원회는 재정중심론자 중심으로 편향되게 구성된 데다 지금까지 21차례 회의를 하는 동안 국민연금을 민간보험인양 취급하거나 기금제도인 것처럼 취급하는 접근에 경도되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공청회 하루 앞두고…'보장성 강화파' 위원들 사퇴
이어 "보험수리적 접근에 경도된 논의로 인해 재정을 위해서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을 훼손해도 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의 접근이 팽배했다"며 "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노후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공청회 직전까지 재정중심론의 시나리오와 소득대체율 인상안의 시나리오가 균형 있게 담길 수 있기를 기다렸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이번 공청회 보고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이자 우리 사회 연금개혁 논의의 중요한 한 흐름인 보장성 강화론을 배제한 편향된 보고서"라고 강조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다음달 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예정대로 공청회를 열고 보고서를 공개한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10월까지 국회에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퇴한 위원들은 공청회에 참여하는 대신 '노후보장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재정적으로도 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대안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