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적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혐오하는 민주주의'
[신간] 패권의 조건…'헨리 키신저의 외교'
▲ 헨리 키신저의 외교 = 헨리 키신저 지음. 김성훈 옮김.
"어떤 자연법칙에 따르기라도 한 듯, 모든 세기마다 권력과 의지, 지적 도덕적 추진력을 갖추고 국제체제 전체를 자신의 가치에 따라 형성하는 국가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의 말이다.

그는 17세기에는 프랑스의 재상 리슐리외의 국가 이성이, 18세기에는 영국이 주도한 세력균형 개념이,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의 협조 정신이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 주도로 재편됐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확산을 토대로 한 '윌슨주의'를 채택하면서 각종 전쟁에 참전했고, 패권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냉전 종식 후 세계는 다극 체제로 전환할 조짐을 보인다.

중국이 부상했고, 러시아가 대두했으며 유럽연합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면서다.

이에 따라 21세기 세계는 다수의 강대국이 경쟁했던 19세기 유럽과 유사한 체제로 변모될 조짐을 보인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간] 패권의 조건…'헨리 키신저의 외교'
키신저는 국제질서가 안정적으로 존재하려면 세력균형에 의한 균형상태가 공통의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본 이상적 균형 상태는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빈 체제다.

빈 체제는 강대국 간 세력균형에 의한 균형상태와 정통성이라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했다.

빈 합의가 이뤄진 1814년 이후 약 100년간 유럽에서는 대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

저자는 "중국이 압박을 통해 변화할 것이라거나 약화할 것이라고 보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중국은 세계가 아닌,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세력이 되길 바라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이 모두 동참할만한 세계질서를 제시하고 균형점을 찾는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미국의 윌슨주의가 국익과 세력균형에 기반한 현실정치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앤김북스. 928쪽.
[신간] 패권의 조건…'헨리 키신저의 외교'
▲ 혐오하는 민주주의 = 박상훈 지음.
정치학자인 저자는 대화하고 협력할 수 없는 민주주의,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을 혐오하는 민주주의, 즉 '팬덤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책임지지 않는 여당,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야당, 중립을 내세워 책임지지 않으면서도 당파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언론·시민운동·전문가 집단 등이 한국 사회를 팬덤 민주주의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 적대, 분노의 확산이다.

"혐오와 야유가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동체성, 연대, 공감 같은 가치들이 훼손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같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선 민주주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나의 옳고 정의로운 의지가 있다고 믿는 '전체주의적 민주주의'보다, 복수의 정견들 사이에서 잠정적 합의를 반복해 가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이 길이 우리가 소중하게 키워가야 할 정치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후마니타스. 3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