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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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생성형AI와 로봇이 결합된다면
노동비용 상승은 구조적 촉매제
국내 협동로봇 1위 두산로보틱스가 10월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IPO(공모주) 시장에서는 조 단위 대어 상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로봇 관련 주식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14.83%)을 매입하면서 큰 폭의 상승을 했다. 사실 대기업들의 로보틱스 투자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2020년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로봇 기업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로보티즈(7.8%)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사업부의 하나로 구미에 양산 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지난 11일 한화로보틱스 분할 설립을 공시했다.

로봇산업은 첨단기술의 ‘오케스트라’이다. 인지, 판단, 동작으로 이어지는 종합예술인 것이다. 영상 감지를 위한 카메라 센서, 레이저를 통해 거리를 측정하는 Lidar, 위치인식과 지도작성 기술 SLAM 등은 인간의 눈과 귀와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은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모터와 감속기를 통해 동작하게 된다. 따라서 정밀기계, 인공지능, 반도체 등 연관 산업의 범위가 넓다.

더구나 GPT 등 생성형AI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자연어 기반 명령을 듣고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의 연구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로보틱스 트랜스포머-1’을 비롯하여 AI 기반 로봇이 이미 탄생하고 있으며 산업 자동화와 방위산업에서의 활용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화에서 보던 ‘터미네이터’의 현실화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내에는 8월 17일에 상장된 ‘TIGER글로벌AI&로보틱스’를 포함하여 3개의 ETF가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국내 로봇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K-로봇액티브’가 39.98%로 ‘KODEX글로벌로봇’보다 20% 높다. 이유는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켓PRO] 두산로보틱스 상장, 로봇ETF 방아쇠 당기나
로봇 관련 주식은 크게 산업용로봇과 협동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용로봇은 공장자동화로 대변되는 전통 기계산업이다. 일본의 FANUC, Keyence 스위스 ABB가 이에 해당한다. 이 기업들은 대기업이고 실적이 견조하며 PER, PBR 등 전통적인 가치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익률(세 기업 평균 연초 이후 12.5%)이 높지는 않다.

협동로봇은 사람의 팔과 유사한 모양으로 커피 바리스타 로봇 등을 연상하면 된다. 협동로봇은 산업현장에서 인간의 노동을 도와주는 용도로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 수요가 중심이며 재구매하는 형태가 많다. 글로벌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덴마크 ‘유니버셜로봇’은 비상장 기업이다. 모기업인 ‘테라다인’이 미국에 상장되어 있지만 대부분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스피지 등 국내 상장된 로봇 관련 주식에 투자된다. 동 기업들은 성장주로 분류되며 규모가 작고 실적 변동성이 커 전통적인 가치평가는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동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두배를 넘어선다.

요약하면 국내에 투자하는 ‘KODEX K-로봇액티브’는 성장주인 협동로봇의 비중이 높다. 또 NAVER,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을 포함하고 있어 ETF 자체의 변동성을 일부 제어한 것도 포인트이다. 글로벌에 투자하는 ‘KODEX글로벌로봇’과 ‘TIGER글로벌AI&로보틱스’는 산업용로봇을 포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낮다.

두 글로벌 ETF의 차이도 명확하다. ‘KODEX글로벌로봇’은 종목별 비중이 0.3%~1.93%로 유사하며 78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TIGER글로벌AI&로보틱스’는 NVIDIA 비중이 14% 수준으로 AI 관련 종목에도 투자하고 있다. KODEX ETF는 미국상장 ETF ROBO와 동일한 기초지수를 사용하며, TIGER ETF도 미래에셋 미국 자회사인 Global X의 BOTZ(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ETF)와 기초지수가 같다. 따라서 두 ETF의 매수는 ROBO 또는 BOTZ의 직구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선진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이미 감소추세에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제조 공장의 이전을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노동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의 선택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활용이다. 결국 로보틱스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구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