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노조가 요구하는 것을 보면 주식은커녕 차도 사기 싫어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관련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한 가운데 한 온라인 주식토론방에 등장한 글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노조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는 18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20만8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현대차의 호실적과는 달리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호황은 일시적이고 곧 끝날 것이란 피크아웃론이 완성차 업체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주가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영업손실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재고를 활용해 손실을 상쇄할 여력은 크지 않고 특근 등 추가 작업을 통해 연내 상쇄될 가능성이 있으나 3분기 중 상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9월 중에는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추석연휴 시작 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25일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과반(88.9%)이 찬성했고 이번에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30일 중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조합원과 공유할 계획이다.

노조가 단체교섭과 관련해 파업하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노조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여파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에 따른 한일 경제 갈등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해왔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했다.

이같은 노조의 요구에 개인 투자자들은 "현대차는 노조 때문에 안 된다", "요구도 좀 적당히 해야지. 기업이 커지려고 해도 노조가 발목잡네", "시기가 어느 때인데 파업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3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올수록 현대차의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글로벌 평균판매단가(ASP) 증가는 구조적이며 지속적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비중이 증가해 제품 믹스가 다변화하고 고급차뿐만 아니라 대중차에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채택률이 70∼80%로 증가했다는 점을 ASP 상승의 근거로 들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ASP는 2018년 1만8300달러에서 올해 2분기 2만5700달러로 40% 상승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026년 글로벌 판매량은 중국을 제외하고 500만대, 영업이익은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