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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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생아 출산 가구를 위해 저금리 주택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소득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올해 이후 아이를 낳은 가구가 2년 이내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 대출'을 신청할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 합산 소득기준이 기존 연 7000만원 이하에서 연 1억3000만원 이하로 오른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2024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신생아 출산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한 이른바 '3종 세트'가 이번 예산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는 우선 저금리로 주택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디딤돌대출의 소득요건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신혼부부 기준으로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원 이하여야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신생아 출산가구에 대해선 연 1억3000만원 이하로 두 배가량 확대해준다는 것이다.

대출 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대상 주택가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인다. 금리는 5년간 시중은행 대비 1~3%포인트 낮게 책정한다.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대출'의 소득요건도 같은 수준으로 조정한다. 기존 버팀목 대출의 소득요건은 신혼부부 기준으로 합산 연 6000만원 이하였는데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선 연 1억30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대출 한도는 3억원으로 유지하되 대상주택은 보증금 4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늘린다. 요건을 만족하는 가구는 4년간 시중 보다 1~3%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 소득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현실과 동떨어진 까다로운 소득요건 탓에 결혼이 일종의 '페널티'로 작용하고 결국 저출산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요건을 연 1억3000만원 이하로 확대하면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90%가 정책 대상이 된다"면서 "인구가 많은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가 된 지금이 출산율을 끌어올릴 '골든타임'인 만큼 파격적인 수준으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출산 가구의 분양 기회를 넓히기 위한 특별공급도 새롭게 마련한다. 신생아 유형이 따로 신설되기 때문에 무자녀 신혼부부, 미혼 청년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공공임대 주택에 대해서도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한다. 다만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부모가 각각 6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는 여성에게 쏠리는 양육부담을 줄이고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육아휴직 연장은 법 개정 사안으로 내년부터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하반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남성들을 위해 부모 맞돌봄 시 급여를 상향 지원하는 '영아기 특례' 기간과 급여 상한을 늘린다. 기존에는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기 자녀를 둔 부부가 3개월간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최대 월 300만원을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생후 18개월 이하 영아기를 둔 부부가 6개월간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면 최대 월 450만원을 주기로 했다.

또 부모급여는 올해 기준 만 0세 월 70만원에서 내년부터는 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 1세는 현재 월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된다. 신생아 출생 시 바우처 형태로 제공하는 '첫만남이용권'은 둘째 이상 다자녀 가구에 지원을 강화한다. 현재는 가구당 아이 수와 상관없이 출생 아동당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둘째 이상 다자녀 가구는 30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아기 2년간 받을 수 있는 양육비 지원액은 부모급여와 첫만남이용권을 포함해 최소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