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좌)가 회사 임원과 제품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강경주 기자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좌)가 회사 임원과 제품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강경주 기자
지난 25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디케이앤디 반월공단 사옥. 국내 대표 합성피혁(인조가죽) 기업답게 입구에 들어서자 고급 세단 내부에서 맡을 수 있는 은은한 가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공장 한 켠 책상에는 전 세계 고객사에 보낼 가죽 샘플 수백장과 제품 설명서가 수북히 쌓여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 맞추기가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가죽은 피부와 직접 맞닿는 민감한 소재"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죽은 피부와 직접 맞닿는 민감한 소재"라며 "옷감, 소파, 자동차 시트, 헤드셋, 전자기기 커버까지 사실상 실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디케이앤디는 △합성피혁 제조 △스포츠용 신발의 주 원재료인 부직포 생산 △스포츠용 모자 생산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두림테크라는 회사에 입사했다"며 "당시 합성피혁의 최대 난제인 환경오염 최소화를 골몰하다 아예 직접 창업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차린 회사가 디케이앤디의 전신인 동광화성(2000년 설립)이다.

최 대표가 합성피혁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은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동물의 표피가 원재료인 천연가죽은 사체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 처리, 지방이나 털을 제거하기 위한 화학 처리때문에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적됐다. 이를 대체하고자 개발된 합성피혁도 환경 문제로부터 100%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디케이앤디의 합성피혁은 친환경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무용제 폴리우레탄을 이용한 제품, 리사이클(재활용) 원단을 사용한 제품, 바이오매스(식물성) 제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한 끝에 유럽 섬유환경인증인 'OEK-TEX' 1등급을 획득했다. 1등급은 3세 이하 영유아 피부에 닿아도 무해하다는 인증이다.
디케이앤디 반월공단 라인 / 사진=강경주 기자
디케이앤디 반월공단 라인 / 사진=강경주 기자
디케이앤디의 또 다른 경쟁력인 부직포는 직조공정을 거치는 대신 원료섬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붙이거나 엉켜 만든 시트모양의 천이다. 디케이앤디는 니들펀칭(Needle Punching) 기법으로 부직포를 만든다. 특수바늘을 이용해 원료 섬유를 3차원으로 교락하는 방식이다. 접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데다 바느질 횟수나 바늘 두께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 베트남공장의 니들펀칭 부직포 생산 능력은 세계 1위다. 4개 라인에서 월 1400km 길이의 부직포를 생산한다. 신발 1300만 켤레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경쟁력을 키우자 납품처도 다양해졌다. 나이키, 아디다스, 막스마라, 몽클레어, 콜롬비아, 오클리, PGA 골프, 스톤아일랜드, 룰루레몬, 뉴발란스, 아식스, 캘빈클라인 등 패션업계가 먼저 알아보고 물량을 늘렸다. 현대기아차, 르노, 델타항공, 보스, 소니, 파나소닉, 샘소나이트 등 자동차, 항공, 가전 등 고객사도 다변화되고 있다.

"2025년 연매출 1500억원 시대 열겠다"

디케이앤디가 성장한 배경에는 최 대표의 경영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2014년 한때 자신이 근무했던 두림테크를 인수하고 2016년 베트남 부직포 제조공장(DK비나)을 잇달아 사들인 다음 사명을 디케이앤디로 바꿨다. 2017년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선정됐고, 2018년에 수출유공·국무총리 표창을 받으면서 코스닥에 상장했다. 최 대표는 현재 코스닥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최민석 대표가 다다씨앤씨 스포츠 모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디케이앤디
최민석 대표가 다다씨앤씨 스포츠 모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디케이앤디
최 대표의 경영 수완이 빛을 발한 건 2021년 스포츠모자 전문기업 다다씨앤씨를 인수했을 때다. 다다씨앤씨는 스포츠모자 세계시장 점유율 1위(45%)를 기록했던 회사로, 한때 5000만개 이상의 모자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수출했다. 미국의 4대 스포츠(MLB, NFL, NHL, NBA) 선수 및 프로골퍼의 모자는 대부분 이 회사가 만든 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다다씨앤씨를 인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설비투자였다.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자동화를 도입해 생산량을 월 70만개에서 120만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연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7%, 329% 증가해 1106억원, 115억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5% 이상에 달할 정도로 대한민국 수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며 "2025년에는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먹거리는 '비건 레더'

디케이앤디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 가죽을 대체할 비건 레더(합성피혁의 한 종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비건 레더는 동물 학대 없이 가죽 생산이 가능해 윤리적인 데다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라며 "동물 가죽 대비 비용 효율성도 높고 변형과 변색에도 강해 실용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패션업계는 수백년간 사용해온 천연가죽을 버리고 합성피혁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피 프리(fur-free)'를 선언한 구찌는 2021년 6월 가죽 대신 친환경 신소재 데메트라(Demetra)를 채택한 신발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도 내장재에 친환경 합성피혁을 채택하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볼보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에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포드는 '머스탱 마하E' 모델의 인테리어 전부를 비건 가죽으로 출고했다. 테슬라는 모든 신형 모델3과 모델Y차량 핸들을 비건 가죽으로 만들었다.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우)가 생산 라인에서 제품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강경주 기자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우)가 생산 라인에서 제품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강경주 기자
시장 성장성도 밝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건 레더 시장은 6150만달러(한화 약 815억원) 규모였다. 연평균 9.5%씩 성장해 2030년에는 1억600만달러(한화 약 1419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은 전세계 자동차업계 내 비건 가죽 시장이 2026년까지 48%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대표는 "이미 선인장, 귤 껍질, 커피 가루 등 다양한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비건 레더를 개발하고 있다"며 "디케이앤디의 비건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가죽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최 대표는 "가죽 산업은 전통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하이테크 산업"이라며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만큼 디케이앤디가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안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