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오하이오주 사슴 10% 이상 양성…새 변이 저장고 가능성 우려"

미국 내에 방목된 많은 흰꼬리사슴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됐으며 이들 사슴 몸속에서 바이러스의 변이가 사람 몸에서보다 3배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테크+] "사슴 몸속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속도 사람에서보다 3배 빨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OSU) 앤드루 보먼 교수팀은 29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오하이오주에 방목된 사슴을 검사한 결과 10%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먼 교수팀은 2021년 12월 '네이처'(Nature)에 오하이오주 9개 지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꼬리사슴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검사 지역을 오하이오주 전체로 확대하고 변종 감염 여부를 조사해 왔다.

연구팀이 2021년 11월~2022년 3월 주내 88개 카운티 중 83개 카운티에 방목된 사슴에서 비강 샘플 1천522개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10%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검사 지역의 59%인 49개 카운티에서 최소 1건 이상의 양성 사례가 발견됐다.

또 게놈 분석 결과 최소 30건은 인간에게서 사슴으로 전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먼 교수는 "일반적으로 종간 전파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의 표본이 크지 않음에도 30건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사이를 아주 쉽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흰꼬리사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변이를 가능하게 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사슴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순환하면 다른 야생동물이나 가축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슴들의 혈액 속 항체 분석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슴 중 23.5%는 한번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에서 얻은 80개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에서는 2021년 초가을 유행한 델타 변이가 90% 정도를 차지했고 그해 봄에 유행한 알파 변이도 포함돼 있었다.

보먼 교수는 표본 채취가 알파 변이 유행이 훨씬 지난 시점에 이뤄졌음에도 사슴에서 알파 변이가 검출된 점을 지적하며 "사람 사이에서 사라진 변이가 사슴 몸속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슴 샘플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와 알파 변이를 조사한 결과 두 가지 변이 모두 사람 몸에서보다 변이가 일어나는 속도가 3배 정도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서 흰꼬리사슴으로 전염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슴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 유행한 사례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보먼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사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체내에 보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몸속에서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빨라져 사람을 감염시킨 변이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