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일으키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작이 된 부동산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올해 상반기에 330억위안(약 6조원)의 순손실을 냈다. 헝다 주식은 28일 홍콩증시에서 거래가 재개됐으나, 장중 주가가 80% 이상 급락했다.

헝다, 상반기 6조원 손실…증시 컴백한 날 주가 폭락
헝다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330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64억위안·약 12조원)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미리 확보한 부동산의 평가액이 급감하면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상반기 매출은 44% 증가한 1282억위안(약 2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지난해 말 2조4400억위안에서 2조3900억위안(약 434조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헝다의 외부감사인인 프리즘 홍콩·상하이는 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을 유보했다. 헝다는 이전에도 연간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이 두 차례 유보됐다. 헝다 측은 해외 부채 구조조정 계획의 성공적인 이행과 나머지 대출회사와의 상환 연장 협상에 따라 경영 지속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헝다는 2021년 말 금융채무 불이행, 하도급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주택 건설 중단 등 위기를 맞았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신호탄이 됐다. 헝다의 2021~2022년 합산 순손실은 5819억위안(약 105조700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2021~2022년 2년간 3800억위안에 가까운 자산 평가액이 허공에 사라졌다.

이날 홍콩증시에서 헝다 주식은 17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작년 3월 18일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주가(1.65홍콩달러)보다 86.67% 하락한 0.22홍콩달러로 거래가 재개됐다. 헝다는 이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해외 채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출 기준으로 중국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최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중국 부동산개발사의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