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 간판 고진영(28)이 석 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노렸지만 연장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했다.

고진영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C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CPKC여자오픈(총상금 2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2타를 잃은 메건 캉(26·미국)과 치른 연장전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을 내줬다.

고진영은 이날 5타 뒤진 3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캉이 전반에만 2타를 잃고 흔들리는 사이 고진영은 차분하게 타수를 줄여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캉이 18번홀(파5)에서 극적으로 버디를 잡으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연장 1차전 티샷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왼쪽으로 크게 빗나가 카트도로를 넘어 숲으로 들어갔다. 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으로 친 공이 러프에 빠지면서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캉은 안전하게 투 퍼트로 파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지난 5월 코그니전트파운더스컵 우승 후 석 달 만에 찾아온 시즌 3승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지만 고진영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간 주춤했던 흐름을 끊어낸 준우승이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최근 여섯 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US여자오픈에서는 커트탈락했고 AIG위민스오픈에선 공동 30위에 그쳤다. 역대 최장인 163주 동안 1위를 지켜온 세계랭킹은 4위로 떨어졌다.

그래도 고진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원래의 기량을 회복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부진이 심해서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했다”며 “그 어떤 우승보다 기쁘다”고 했다.

캉은 LPGA투어 대회 191번째 출전 만에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우승은 없지만 세계랭킹 27위로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해 글로벌 용품사 PXG의 풀세트 후원을 받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