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민원 대응팀' 시범 운영…교사 대신 교장·교감이 중심, 공무직 참여
공무직 "우리도 이미 피해자" 반발…"주관적인 민원인데 표준화 가능할까" 우려도
학교 민원대응팀 소통창구 될까…공감하나 '폭탄돌리기' 비판도
교육부가 2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인 전담 민원대응팀을 놓고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장을 중심으로 공무직 등이 참여하는 팀을 꾸려 민원을 유형에 따라 나눠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주관적이면서 다양한 민원을 유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까다로운 학부모 민원을 놓고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3일 악성 민원을 교사가 필터링 없이 담당하고 있다는 비판에 학교장 책임하에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의 민원 대응팀을 구성·처리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최근 개학한 초·중·고교는 민원 대응팀 관련 교육부 구체적인 지침을 기다리면서 참여 인원과 역할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원 대응팀 도입에 대해서는 학교 내 직종과 직급별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민원 대응팀에 들어가는 교장, 교감이나 교육 공무직들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은 23일 성명을 내고 "우리도 이미 악성민원 피해자이며 민원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며 "학교에서는 이대로면 모든 1차 민원의 고통은 교육공무직으로 일원화된다"고 비판했다.

교장, 교감들은 공무직처럼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앓는 모양새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은 "교장, 교감도 이미 큰 민원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제는 민원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원래 들어오던 민원이 100개라면 100명이 담당하던 것을 이제는 5명이 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책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의 공립초등학교 교육실무사도 "저희도 불만이고 교감도 '왜 우리가 처리해야 하나'라며 불만이다.

저희나 교장, 교감이나 악성 민원에 1차로 노출될 텐데 보호 창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원 대응팀을 통해 교직원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교직원이 처리할 수 있도록 연계하겠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학부모의 소통 창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관적인 민원에 대해서 유형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크다.

경기 지역 한 고등학교 학부모는 "선생님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기계적 대응이 아니라 선생님과의 직접 소통"이라며 "행정 공무원은 아이와 직접 접촉하는 사람이 아닌데 아이의 학업과 생활에 대한 문제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감도 "학교 민원은 동사무소 민원과 다른 부분이 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고 표준화하기 어렵다"며 "악성 민원도 차단하는 것이 맞는데 그 밖의 정당한 민원이나 상담 신청에 대해서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 교감은 "AI나 챗봇 상담도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민원과 상담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 같은 것인데 챗봇으로 하게 되면 섬세한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제는 악성 민원을 대비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공립초 교감은 "예전부터 교사들이 해오던 주장이 인제야 받아들여진 거다.

학교 조직이 공적 조직인데 사적으로 소통하려는 학부모의 민원에 대해 차단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부작용은 시범 운영을 통해 해결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23일 "교사가 학부모와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는 다수의 접촉보다 의미 있는 질 높은 피드백이 중요하다"며 "교육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