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등 핵심 인사 사망…바그너 그룹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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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측근들의 사망 후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렘린궁이 지정하는 후임 수장과 함께 아프리카 등지에서 러시아 외교 도구 역할을 이어가게 될지, 이대로 끝을 맞을지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온다.
◇ 프리고진 없는 바그너 유지될까…크렘린궁이 후임 정하나
영국 더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인 프리고진과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 등 핵심 인사들의 사망은 바그너 그룹의 종말 신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다른 지휘관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에겐 프리고진 같은 카리스마, 경제력, 정치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BBC와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비군사적 사업과 프리고진의 동선을 담당하던 측근 발레리 체칼로프도 추락한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었다.
체칼로프는 2000년대부터 프리고진과 인연을 맺어왔으며, 러시아 전역 학교와 군대와 거래하는 프리고진의 급식기업을 관리했다.
또, 프리고진의 시리아 사업 일부도 맡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7년 기업 '에브로 폴리스'를 통해 시리아 유전의 지분 25%를 받는 대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 때 투입됐던 예브게니 마카리안과 체첸에 참전한 세르게이 프로푸스틴 등 지휘관들과 프리고진 개인 경호원 등의 이름도 탑승객 명단에 있었다.
언론인인 크세니아 소브착은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바그너는 목이 잘렸다"며 "러시아에는 크렘린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군대가 두 개 있었는데 이제는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의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그너 그룹이 푸틴을 향해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시위를 부추기기보다는 겁을 먹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바그너 그룹이 분노는 하겠지만 심각한 정치적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서 지내던 바그너 그룹 용병 일부는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듣고 이미 짐을 싸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안보 분석가 러스란 트래드는 크렘린궁이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관련 인물을 프리고진의 자리에 앉히고 조직을 계속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그너 그룹에 자금을 댈 능력이 있으면서 정권에 직접 도전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바그너 그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언론인 브누아 브링어는 BBC 인터뷰에서 GRU의 안드레이 에버리아노프 장군이 유력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바그너 그룹 수장 교체를 비밀리에 준비하느라 두 달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아나 드 듀 페레이라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이 이름은 바뀌더라도 전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활동을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직은 이미 적응하고 달라질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바그너 그룹은 생태계로, 머리가 많고 아프리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히드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에서 러 외교 도구 역할 유지될까
바그너 출신인 마라트 가비둘린은 "프리고진 등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 활동이 끝났음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의 기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온다.
BBC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에서 광산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정권을 수호하며 러시아 외교정책의 핵심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밴다 펠밥-브라운은 지난달 바그너 그룹이 새 지도부 하에서 러시아 이익을 지키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트래드 분석가는 BBC에 "러시아로서도 개입을 부인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회색지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국가의 국방 인프라에 너무 많이 엮여 있어서 프리고진이 없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며 "조직이 탈중앙화돼있어서 이미 지역 지휘관들은 별도로 작전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RUSI의 에밀리 페리스는 BBC에 "바그너 그룹이 쪼개져서 벨라루스에 있는 조직은 해체되고 해외 조직은 러시아 외교 정책의 도구로 유지되는 구도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 '스트롱맨' 푸틴 권력 강해지나
이코노미스트지는 푸틴의 지시로 프리고진이 죽었다면 이는 절차와 법을 기꺼이 무시하는 복수심이 강한 '스트롱맨'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의 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암살되면서 러시아는 정식 국가 인식이 훼손되고, 푸틴의 변덕과 혈투에 따라 좌우되는 마피아 기업임이 드러났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말했다.
또 프리고진이 '진실을 말하는 애국자'라는 믿음이 퍼지고, 그의 추종자들이 소외되면서 전쟁 지지자들이 불안정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크렘린궁이 지정하는 후임 수장과 함께 아프리카 등지에서 러시아 외교 도구 역할을 이어가게 될지, 이대로 끝을 맞을지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온다.
◇ 프리고진 없는 바그너 유지될까…크렘린궁이 후임 정하나
영국 더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인 프리고진과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 등 핵심 인사들의 사망은 바그너 그룹의 종말 신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다른 지휘관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에겐 프리고진 같은 카리스마, 경제력, 정치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BBC와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비군사적 사업과 프리고진의 동선을 담당하던 측근 발레리 체칼로프도 추락한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었다.
체칼로프는 2000년대부터 프리고진과 인연을 맺어왔으며, 러시아 전역 학교와 군대와 거래하는 프리고진의 급식기업을 관리했다.
또, 프리고진의 시리아 사업 일부도 맡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7년 기업 '에브로 폴리스'를 통해 시리아 유전의 지분 25%를 받는 대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 때 투입됐던 예브게니 마카리안과 체첸에 참전한 세르게이 프로푸스틴 등 지휘관들과 프리고진 개인 경호원 등의 이름도 탑승객 명단에 있었다.
언론인인 크세니아 소브착은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바그너는 목이 잘렸다"며 "러시아에는 크렘린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군대가 두 개 있었는데 이제는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의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그너 그룹이 푸틴을 향해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시위를 부추기기보다는 겁을 먹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바그너 그룹이 분노는 하겠지만 심각한 정치적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서 지내던 바그너 그룹 용병 일부는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듣고 이미 짐을 싸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안보 분석가 러스란 트래드는 크렘린궁이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관련 인물을 프리고진의 자리에 앉히고 조직을 계속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그너 그룹에 자금을 댈 능력이 있으면서 정권에 직접 도전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바그너 그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언론인 브누아 브링어는 BBC 인터뷰에서 GRU의 안드레이 에버리아노프 장군이 유력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바그너 그룹 수장 교체를 비밀리에 준비하느라 두 달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아나 드 듀 페레이라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이 이름은 바뀌더라도 전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활동을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직은 이미 적응하고 달라질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바그너 그룹은 생태계로, 머리가 많고 아프리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히드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에서 러 외교 도구 역할 유지될까
바그너 출신인 마라트 가비둘린은 "프리고진 등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 활동이 끝났음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의 기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온다.
BBC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에서 광산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정권을 수호하며 러시아 외교정책의 핵심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밴다 펠밥-브라운은 지난달 바그너 그룹이 새 지도부 하에서 러시아 이익을 지키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트래드 분석가는 BBC에 "러시아로서도 개입을 부인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회색지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국가의 국방 인프라에 너무 많이 엮여 있어서 프리고진이 없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며 "조직이 탈중앙화돼있어서 이미 지역 지휘관들은 별도로 작전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RUSI의 에밀리 페리스는 BBC에 "바그너 그룹이 쪼개져서 벨라루스에 있는 조직은 해체되고 해외 조직은 러시아 외교 정책의 도구로 유지되는 구도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 '스트롱맨' 푸틴 권력 강해지나
이코노미스트지는 푸틴의 지시로 프리고진이 죽었다면 이는 절차와 법을 기꺼이 무시하는 복수심이 강한 '스트롱맨'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의 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암살되면서 러시아는 정식 국가 인식이 훼손되고, 푸틴의 변덕과 혈투에 따라 좌우되는 마피아 기업임이 드러났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말했다.
또 프리고진이 '진실을 말하는 애국자'라는 믿음이 퍼지고, 그의 추종자들이 소외되면서 전쟁 지지자들이 불안정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