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규정 어겨 재공모해야…시정 안 하면 수사의뢰"
서울시, 압구정3구역 전방위 압박…조합운영 부적정 12건 적발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설계자 재공모를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 결과 총 12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자치구,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와 합동점검반을 꾸려 위법, 분쟁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 조합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에 대해선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설계자 공모 과정 등을 포함해 조합 운영·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처분 결과는 수사 의뢰 1건, 시정명령 불이행 시 수사 의뢰 7건, 시정명령 1건, 행정지도 3건 총 12건이다.

우선 시는 압구정3구역 조합과 갈등을 빚은 설계사 선정 과정이 부적정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합이 계약을 체결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설계자 선정기준', 조합이 작성·교부한 공모 운영기준·지침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관련 법령, 상위계획, 공모지침 등에 부합하지 않은 설계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 없이 해당 입찰참여자를 최종 선정하는 등 입찰 관리에 소홀했으며 홍보 관련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시는 판단했다.

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설계자 선정은 무효이고 조합이 설계자 재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라며 "조합이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즉시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적정 설계안을 제출한 건축사사무소를 고발한 건과 관련해 이번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추가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압구정3구역 전방위 압박…조합운영 부적정 12건 적발
시가 고발한 대상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다.

이 업체는 설계안 용적률 상한을 두고 서울시와 대립해왔다.

압구정3구역은 제3종 주거지역이어서 용적률 최대한도가 300% 이하다.

시도 조합 설명회에서 용적률을 300% 이하로 하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희림건축은 인센티브 등을 적용하면 상한을 높일 수 있다며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안했다.

이에 서울시는 건축설계 공모 지침 위반이라며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축사사무소 2곳을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지난달 11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런 논란에도 조합은 공모 절차를 강행해 투표에 부쳤고 희림건축 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예산집행, 정보공개 분야에서도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다.

조합이 자금을 차입할 때는 그 방법과 이자율, 상환 방법 등을 정해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압구정3구역은 차입 금액을 확정하지 않은 채 총회에 상정해 의결하고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는 '시정명령 불이행 시 수사 의뢰' 처분을 내렸다.

또 조합은 정비사업에 관한 서류·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또는 토지 등의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압구정3구역은 총 90건에 대해 최대 372일 공개를 지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앞으로도 투명하고 원활한 조합 운영을 위해 현장조사와 제도 개선을 통한 관리·감독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