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중의 코냑으로 불리는 ‘루이 13세’
코냑 중의 코냑으로 불리는 ‘루이 13세’
“100년 동안 보지 못할 영화, 100년 동안 듣지 못할 노래가 있습니다. ‘100년-당신은 절대 보지 못할 영화’라는 제목의 작품은 존 말코비치 주연으로 영화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2015년 11월 만들었죠.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는 그로부터 2년 뒤 ‘100년-우리가 잘 지킨다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영화 ‘100년’의 개봉 시기는 2115년, 노래 ‘100년’의 공개 시점은 2117년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앤바. 코냑 4종을 들고나온 레미 마르탱 브랜드 앰배서더는 코냑 중의 코냑으로 불리는 ‘루이 13세’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30명의 인원만 모은 ‘코냑 페어링 디너’에선 20대 커플부터 나이 지긋한 코냑 마니아들까지 모여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들은 수 세기 동안 최상의 코냑이라는 위상을 쌓아온 레미 마르탱의 루이 13세를 포함한 최고급 코냑 4종을 시음하며 프랑스 코냐크 지역과 역사에 얽힌 강의를 들었다. 한 병에 400만원에서 4000만원에 이르는 루이 13세는 이날 참석자 중 한 명이 오픈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웨스틴조선 라운지앤바
웨스틴조선 라운지앤바
‘100년’이라는 제목의 영화와 음반은 프랑스 코냑의 대명사인 레미 마르탱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이들은 왜 100년에 집착할까. 레미 마르탱은 코냐크 지방의 중심부에서 최고급 품질의 포도가 열리는 그랑 샹파뉴 지역 포도로 코냑을 만들고 화려한 장식이 있는 디캔터 용기에 담아 판매했다. 창업 초기인 1840년대부터 ‘아주 오래됐지만 얼마나 숙성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랑 샹파뉴’라고 라벨에 표시했는데, 이게 지금의 루이 13세 코냑이다.

이 코냑은 100~150년 된 티에르송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1874년 이래 레미 마르탱의 각 세대 마스터들은 이 가문의 셀러에서 ‘오 드 비(eaux-de-vie)’라 불리는 가장 오래되고 좋은 증류주를 골라 블렌딩한다. 최소 40년에서 100년 이상 숙성된 1200개의 브랜디 중에서 블렌딩해 제조하기 때문에 당대의 증류주는 이를 만든 마스터조차 죽기 전까지 맛보지 못한다고. 그래서 도제식으로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초의 루이 13세 코냑은 ‘코냑’을 하나의 독립된 술로 분류하게 한 태양왕의 이름을 따 헌정의 의미로 이름 붙였다.
존 말코비치 주연의 ‘100년-당신은 절대 보지 못할 영화’
존 말코비치 주연의 ‘100년-당신은 절대 보지 못할 영화’
레미 마르탱이 협업한 음악과 영화의 제목 역시 루이 13세 코냑을 블렌딩하는 증류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주의 숙성 시간인 100년의 시간을 상징한 것. 환경 문제와 이에 따르는 수많은 불확실성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도 담겼다. 퍼렐 윌리엄스의 노래는 코냐크 지방의 석회질 토양에서 나온 진흙으로 만들어진 디스크에 새겨졌고, 레미 마르탱의 특수 금고 안에 들어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수면이 상승하면 (방수 처리가 되지 않은) 이 금고가 물에 잠기고, 디스크도 녹는다. 만약 지금보다 기후 위기가 심화한다면 누구도 영원히 그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영화 역시 원본이 루이 13세 셀러 안의 금고에 보관돼 있고, 2115년 11월 18일에 자동으로 열리도록 돼 있다.
퍼렐 윌리엄스의 ‘100년-우리가 잘 지킨다면 들을 수 있는 노래’
퍼렐 윌리엄스의 ‘100년-우리가 잘 지킨다면 들을 수 있는 노래’
한 참석자는 이날 행사에 대해 “요즘 구하기 힘든 프리미엄 위스키와 주류가 대부분 구비돼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과 함께 주류와 디너를 즐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이날 웨스틴조선 서울의 ‘코냑 페어링 디너’는 예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웨스틴조선 서울은 매월 1회 인당 20만~50만원 가격으로 프리미엄 주류 클래스와 함께하는 페어링 디너를 예약제로 진행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