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화덕피자집 베라.
서울 한남동 화덕피자집 베라.
한국에서 나폴리로 가는 직항편 비행기는 없다. 최대한 빠른 경유지를 거치더라도 17시간 이상 걸리는 먼 도시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현지에 가지 못하더라도 불현듯 떠오른 나폴리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지 않더라도

201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 ‘마틴 에덴’의 배경이 나폴리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영화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은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이곳이 바로 이탈리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지 풍광을 잘 담아낸다. 나폴리 특유의 패션도 살펴볼 수 있는 명작이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간 우정을 아름답게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의 공간적 배경도 나폴리(정확히는 나폴리에서 가까운 프로치다섬)다. 영화에 삽입된 루이스 바칼로프의 서정적인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듣는 순간 나폴리와 프로치다섬이 떠오른다. 훗날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조시 그로반이 이 음악에 가사를 붙여 ‘미 만케라이’라는 제목으로 불러 사람들을 위로했다.

서울에 옮겨놓은 나폴리 피자·파스타·에스프레소

서울에는 많고 많은 화덕피자집이 있지만 10년 전 한남동에 생긴 베라(VERA)는 제대로 된 나폴리식 정통 피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상호는 이탈리아어로 ‘진짜’라는 뜻. 대부분의 원재료를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데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베수비오 화산석으로 만든 정통 화덕을 쓴다. SPC그룹이 만든 이 브랜드는 나폴리피자협회(AVPN) 인증을 유지하고 있어 이탈리아 대사관과 상공회의소 직원들의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나폴리식 에스프레소 전문점도 있다. 국내에 에스프레소 카페 열풍을 일으킨 리사르커피는 이민섭 대표가 나폴리의 기후와 카페 문화에서 착안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약수동과 청담동, 명동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나폴리 패션’

한국에서 즐기는 나폴리
나폴리는 밀라노와 함께 이탈리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패션의 본고장이다. 수많은 패션하우스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되는 키톤, 체사레 아톨리니, 이사이야, 바르바 나폴리 등이 모두 나폴리에서 탄생했다. 셔츠 생산으로 이름을 알린 루이지 보렐리, 고급 스니커즈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프리미아타도 모두 나폴리 출신. 맞춤 재단한 의류로 유명한 나폴리 태생 브랜드 키톤은 올해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맞춤 슈트 한 벌에 1000만~2000만원대인 이 초고가 브랜드는 오래전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즐겨 입은 것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