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대결이 여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행위자가 존재하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질서의 규정을 받는 국제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문제까지 곁들여지면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풀기 위해 존재한다.

남북한의 분단을 기본으로 하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공고히 지배해온 냉전의 붕괴와 더불어 시작됐다.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협의채널을 통한 남북 간의 노력, 제네바 합의를 비롯한 다양한 북미 협의, 그리고 4자회담과 6자회담 등 국제사회의 노력까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해법에 다가선 듯하다가도 멀어지길 반복하며 아직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았다.

해법에 다가서기 위해 그동안 풀이 과정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오답노트를 만들 듯이.
이제훈 한겨레신문 통일외교팀 선임기자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탈냉전 이후 한반도 문제를 풀어온 남북한의 시도와 노력, 국제사회의 노력과 한계 등을 기록해 '비대칭 탈냉전'(서해문집)을 발간했다.

저자는 한반도에서의 탈냉전이 '소련·중국과 국교를 맺은 한국' 대 '미국·일본과 수교에 실패하며 홀로 고립된 북한'이라는 비대칭적 구도로 전개됐다는데 주목한다.

그리고 이 책은 '기울어진 탈냉전'을 프레임으로 1990∼2020년 남북 사이의 결정적 사건 42개를 한데 엮었다.

1부는 남북 UN공동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한국의 탈냉전과 북한의 고립, 1차 북핵위기 등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서 진행된 일들을 다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를 담은 2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 2차 북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펼쳐진 남북정상회담과 금강산관광·개성공단사업 등 대북포용정책을 다루면서 미국의 의도와 정치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3부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 그리고 해빙과 동결을 거듭 오간 문재인 정부의 3년을 묶었다.

남북간 교류협력 중단이 남긴 상처를 돌아보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실패도 냉정히 회고한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격동의 현장을 빠짐없이 지켜본 저자가 기자의 안목과 학자의 통찰로 정리한 남북관계실록"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저자는 결론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남·북·미·중의 '4자 평화회담 테이블'을 제시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치열할수록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의 합의가 필수조건이 되는 역설적 역학과, 70년 전 조인된 한반도 정전체제 4개 당사국의 결자해지라는 역사적 흐름 모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훈 저. 400쪽.
'고차방정식' 한반도문제 풀이의 역사를 담다…'비대칭 탈냉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