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라 해양 방사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국내 해역 외에 일본과 인접한 북서태평양 공해와 태평양도서국 인근 해역에서도 방사능 검사를 할 계획이다.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해양 방사능 모니터링 범위를 국내 해역 200개 정점(지점)에 더해 우리 해역 밖으로 대폭 넓혀 방류 초기 오염수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태평양도서국 인근 해역에서는 우리 해역으로 직접 유입되는 구로시오해류와 연결된 북적도해류의 방사능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10개 정점을 내년부터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정점 위치와 시기 등은 태평양도서국 측과 협의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일본 인근 공해상 조사는 해류 흐름을 고려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500~1600㎞ 떨어진 2개 해역 8개 정점에서 시행된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표한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는 태평양을 돌아 4~5년 후 우리나라 해역에 유입될 전망이다.오염수 방류 후 정부가 중점적으로 확인할 사안은 일본 측이 오염수를 계획대로 처리하는지 여부다. 정부는 오염수 유량, 해수로 희석된 삼중수소 농도 등을 일본 측의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일본 측은 관련 데이터를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한국어로도 제공하기로 했다. 만일 실제 방류가 계획과 다를 경우 정부는 일본 측에 방류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달 설치한 후쿠시마 현장사무소에도 우리 측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상주가 아니라 정기 방문 방식으로 합의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외에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일본 규제당국 및 외교당국과 각각 소통할 수 있는 ‘이중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방류 일정 확정 후 기자회견…"신중하게 적은 양부터 방류 개시"방류 준비작업 착수…"방류 시작 시간은 24일 오전 결정" 일본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바다에 방류할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양을 3만1천200t(톤)으로 예상한다고 22일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관계 각료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전망치를 밝히고 "이는 오염수 전체 양의 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비율은 2.3% 수준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약 134만t이 보관돼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오염수 보관 탱크 약 10기를 줄일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짚었다. 또 도쿄전력이 계획대로 금년도에 3만1천여t을 바다에 방류하면 삼중수소(트리튬) 5조 베크렐(㏃)이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L당 1천500㏃ 미만으로 희석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아울러 도쿄전력 관계자는 '신중하게 적은 양부터 방류를 개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두 단계로 나눠 방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첫 단계에서는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수조로 옮겨 삼중수소 농도를 직접 확인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설비의 안전성과 운용 절차를 파악하기 위한 방류를 실시할 방침이다. 우선 가장 먼저 바다로 보낼 오염수 약 7천800t 가운데 1t을 바닷물 1천200t과 혼합한 뒤 대형 수조로 옮겨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측정 결과는 24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17일간 매일 오염수를 약 460t씩 방류하게 된다.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긴급 차단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도 5약 이상의 지진, 지진해일과 높은 파도에 따른 주의보 발령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양 방류를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선반에 있는 식기나 책이 떨어지는 정도의 흔들림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24일 방류가 시작되는 시간과 관련해 오염수 모니터링을 위한 선박이 출항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 당일 아침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관계 각료회의 이후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사장의 지시에 따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도쿄전력은 처음으로 방류할 예정인 오염수를 관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인민 건강 지키기 위해"…홍콩·마카오 "일본 10개지역 수산물 24일부터 수입 금지"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24일 개시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강화 등 추가 대응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생겼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정식 방류 결정이 나왔는데, 중국은 새로운 규제 조치를 고려 중인가'라는 질문에 "관련 부문이 식품 안전과 중국 인민의 건강을 지키기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필요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산물 등 수입 절차를 한층 어렵게 만든 규제는 이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유사한 조치의 수위나 범위를 높이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은 지난달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개시했다. 검사에 길게는 수주가 소요되면서 수산물 신선도 유지가 어려워져 수입업자들이 일본산 수입을 단념하는 경우까지 나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를 즉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그는 오염수를 '핵 폐수'라고 부르면서 이를 방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방류는 식품 안전에 엄청난 위험을, 해양 환경에 회복할 수 없는 오염과 파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장관과 관련 부처에 식품 안전과 공중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 조치를 활성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 직후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는 24일부터 도쿄를 포함해 일본 10개 도(都)·현(縣)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즉시 금지하고 다른 일본산 식품에 대한 일일 검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 장관은 "현재로서 수입 금지 조치의 기한은 없다"며 이후 조치는 오염수 방류 후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와 데이터에 따라 추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콩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와 그 인근 지역인 지바, 군마, 이바라키, 도치기 등 일본 5개 현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과 홍콩은 일본 농수산물의 제1, 2위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일본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755억엔(약 7천억원) 상당의 수산물을 홍콩에 수출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의 많은 일본 식당이 일본산 수산물 금지 가능성을 앞두고 메뉴에 육류를 추가하는 등 대응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이들은 수입 통제 조치가 시작되면 손실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홍콩과 함께 중국의 또다른 특별행정구인 마카오도 24일부터 홍콩과 같은 일본 10개 지역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를 마친 뒤 방류 개시 시점과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뤄져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