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타워 조감도. 사진=코람코자산신탁
TP타워 조감도. 사진=코람코자산신탁
딱 열 걸음. 여의도역 1번 출구를 나서서 빌딩에 도착하기까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방에서 거실로 나오는 데 필요한 걸음 수 정도인 겁니다. "입지가 복지"란 말이 절로 나오는 이 빌딩의 이름은 TP타워. 현재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내년 2월께 준공될 예정입니다.

TP타워가 완공되면, 지하 6층부터 지상 42층까지로 여의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빌딩이 됩니다. 높이도 기록적이지만, TP타워는 '초역세권 마천루'라는 점에서 랜드마크가 예상됩니다. 그만큼 여의도에 내로라하는 증권사들과 투자관련 회사들이 몰려들 전망입니다. 이미 입주가 대부분 확정됐고, 내년에는 여의도가 들썩일만큼의 집들이가 예상됩니다.

신한·키움·한국證부터 타임폴리오운용까지…90% 찼다

TP타워가 들어설 자리는 초대형 공적기금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이 위치했던 곳입니다. 사학연금은 전라남도 나주시에 본사를 두고 서울과 대전, 부산엔 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회관 신축공사는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27 일대에 위치한 35년 된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이 부지에 건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서울회관이 지하 3층~지상 20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를 확 키운 겁니다.

사학연금은 이번 재건축에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인 '리츠'(REITs)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위해 코람코자산신탁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하고 '코크렙티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코크렙티피 리츠)를 설립했죠.

리츠는 운용사가 자금을 모아서 건물을 사들인 뒤 여기서 발생한 배당금을 투자자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상품입니다. 부동산 직접투자 대비 소액으로도 우량 오피스 등에 투자할 수 있고 지역별, 상품별 분산투자가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또 상장 리츠의 경우에는 주식 매매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공사 진행 중인 TP타워 모습. 사진=네이버 로드뷰
공사 진행 중인 TP타워 모습. 사진=네이버 로드뷰
2020년 10월 착공된 이 공사는 당초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변수로 준공 시기가 내년 초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부동산 전문업체 임대 안내문에 따르면 TP타워의 3.3㎡당 월 임대료는 고층부 14만9000원, 중층부 14만1000원입니다. 이는 파크원 오피스 임대료와 거의 동일한 수준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JLL 코리아의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여의도 권역 3.3㎡당 월 평균 실질 임대료는 약 10만9200원입니다. TP타워와 파크원 임대료가 평균을 훌쩍 웃도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비싸고 높은 이 빌딩엔 어떤 기업들이 들어설까요? 관계자에 따르면 준공까지 약 6개월을 남겨둔 현재 TP타워 전체 층의 90%가량이 입주를 확정한 상태입니다. 입주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인데요. 지하철 여의도역 5호선과 9호선의 이름을 따낸 신한투자증권이 31층부터 41층까지 총 11개층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여의도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사옥의 재건축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4년 동안 사학연금 저층부 오피스를 임차하기로 했습니다. 굵직한 증권사 두 곳이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튼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초역세권 오피스의 등장…여의도 새 랜드마크 될까

헤지펀드 명가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여의도동 BNK금융타워를 떠나 TP타워의 저층부 2개층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임직원 수가 기존 건물의 수용인원을 넘어선 게 본사 이전의 이유입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일부 부서도 입주를 확정했습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41층까지 사용한다는데, 최고층인 42층은 어느 기업이 입주를 확정했을까요? 관계자 말로는 이 건물 주인인 사학연금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건물의 주인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자신들이 대표성을 갖고자 꼭대기층에 입주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일부는 높은 임대수익을 목표로 비싼 고층부를 외부에 내주고 자신들은 저층부에 입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의도 일대의 건물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일대의 건물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TP타워는 지하철 연결통로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지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지하 두개층에는 식당 아케이드도 꾸릴 계획입니다. 요샌 교통 편의 등을 이유로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 시장에서도 '역세권'이 통하는 만큼 최근 수년새 여의도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파크원을 제치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여의도에 랜드마크가 많아지면 그만큼 여의도의 상징성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여의도는 제2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각종 개발계획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파트를 비롯해 각종 빌딩들까지 여의도에는 마천루가 빼곡히 들어설 전망입니다. 물론 여의도 직장인들도 남다른 기대감이 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전쟁을 치르느라 바쁘지만, TP타워 준공으로 어떤 맛집이 들어설까 입니다. 직장인들에겐 당연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기대감이겠지요.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