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하던 중국은 왜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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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산업 고도화 구조개혁 부진
인구 줄어들고 임금 치솟으며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 한계
국민소득 3만弗에 묶인 한국도
첨단산업으로 활로 찾아야
산업 고도화 구조개혁 부진
인구 줄어들고 임금 치솟으며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 한계
국민소득 3만弗에 묶인 한국도
첨단산업으로 활로 찾아야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도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4년 뒤엔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다. 저성장 속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 징후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부실로 이어지는 ‘중국판 리먼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때 매년 10%대 성장을 지속하던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 위기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한국에도 큰 위험 요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확 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수확 체감의 법칙은 생산 요소 투입량이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투입에 따른 산출량 증가분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은 중간 소득 단계에 이른 나라가 지속적 성장에 필수인 경제 구조 개혁에 실패한 결과다. 경제 개발 초기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인건비도 비싸지고, 더 이상 저임금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 경제가 이 단계를 넘어 지속 성장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과 지식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많은 나라가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간 소득에 머물거나 저소득 국가로 되돌아간다.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치액은 10여 년째 연간 2000억달러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서방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제약이 많아졌다. 부채로 성장률을 떠받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 징후가 그런 사정을 말해 준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또 있다. 낮은 교육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중 고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28%로 OECD 평균 79%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이 현재 중국과 비슷한 소득이었을 때는 고졸 학력자가 7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낮은 교육 수준이 경제 구조를 고숙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였을 때 한국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지 않았다. 후발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선진국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국 경제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앞에 놓인 4만달러의 벽은 더 높아질 것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경제 성장이 느려지는 이유
중진국 함정이란 저소득 국가가 경제 개발 초기에는 빠르게 성장하다가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부터는 성장 속도가 느려져 소득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은행이 2006년 발표한 ‘아시아 경제발전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중간 소득 국가였던 101개국 중 2000년대에 고소득 국가로 올라선 나라는 13개국뿐이었다.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확 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수확 체감의 법칙은 생산 요소 투입량이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투입에 따른 산출량 증가분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은 중간 소득 단계에 이른 나라가 지속적 성장에 필수인 경제 구조 개혁에 실패한 결과다. 경제 개발 초기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인건비도 비싸지고, 더 이상 저임금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 경제가 이 단계를 넘어 지속 성장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과 지식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많은 나라가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간 소득에 머물거나 저소득 국가로 되돌아간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중국이 지금 딱 그런 한계에 와 있다. 우선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의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엔은 2030년대가 되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1억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저출산·고령화도 심각하다. 일본과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에 진입했다. 그런데 중국은 1만2000달러에서 고령사회가 됐다.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치액은 10여 년째 연간 2000억달러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서방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제약이 많아졌다. 부채로 성장률을 떠받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 징후가 그런 사정을 말해 준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또 있다. 낮은 교육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중 고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28%로 OECD 평균 79%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이 현재 중국과 비슷한 소득이었을 때는 고졸 학력자가 7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낮은 교육 수준이 경제 구조를 고숙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높아지는 한국의 4만달러 벽
중국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2006년)와 3만달러(2017년)를 잇달아 돌파하며 고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그러나 갈수록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2021년 3만5000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 3만2000달러로 뒷걸음질 쳤다. 6년째 3만달러대 초반에 머물면서 ‘3만달러 덫’에 갇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나라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2005년 3만달러를 넘어섰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였을 때 한국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지 않았다. 후발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선진국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국 경제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앞에 놓인 4만달러의 벽은 더 높아질 것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