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 집시법 위반·재물손괴 혐의 적용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당일 집회 신고한 극우 단체를 막은 혐의로 4·3희생자유족회와 민주노총 임원 등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4·3 폄훼' 극우 집회 막은 유족회·민노총 간부 송치
제주동부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과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란 단체는 지난 4월 3일 4·3평화공원 진입로에서 '왜곡된 4·3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집회를 예고했다.

서북청년단은 4·3 당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주범으로, 이를 추종하는 단체가 4·3 희생자 추념일에 집회를 연다고 하자 4·3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서청은 평화공원에 제대로 발도 붙이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 단체는 이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3평화공원에서 집회를 하려고 했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를 방해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약 4개월간 수사해 온 경찰은 양 부회장과 임 제주본부장에 대해 집회를 방해한 혐의가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또 이들이 집회를 막는 과정에서 서청 회원 옷이 찢어진 데 대해서는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 관련 단체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제의 단체는 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훼방 놓았다"며 "우리는 그들의 망언과 망동에 4·3 희생자 유족이 상처받지 않고 평화롭게 추념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그 단체의 집회 신고 장소 인근에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당일 극우단체 사람들이 탄 차량이 4·3 단체와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한동안 대치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고성이 오가는 수준이었다"며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재물이 손괴됐으며, 무슨 집회가 방해됐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4·3 유족회 간부 등과 협의해 그 단체의 집회 장소를 4·3평화공원 앞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은 경찰이었다"며 "고소를 빌미로 4·3 유족회와 민주노총 임원을 검찰에 송치하는 행위는 경찰이 극우세력의 지팡이가 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