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추진위 "지정되면 은행나무 최고령" 6년째 서명운동
문화재청 "조사해볼 만한 잠재 자원…보안 문제 해결 필요"

경기 구리시민들이 수령 1천200년으로 추정된 시내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인정받고자 6년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구리시가 지난해부터 지원에 나섰고, 문화재청도 조사해 볼 만한 잠재 자원으로 평가해 천연기념물 지정 기대가 크다.

'1천200살 추정' 구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
17일 구리시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시민 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높이 50m, 수령은 1천200년 이상으로 추정됐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총 25점이며 이 중 수령 1천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 나무는 7점이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가 수령 1천100년,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는 1천∼1천200년이 대표적이다.

구리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최고령이 된다.

국내 통틀어 최고령 나무는 수령 2천년인 울릉도 향나무인데 3천년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울산 떡갈나무(2천년), 정선 주목(1천800년), 삼척 은행나무(1천500년), 거창 이팝나무(1천100년) 등도 대표적인 고령수로 꼽힌다.

구리 은행나무는 이들 나무와 견줄 만하며 높이로는 최장신이다.

조용찬 국립수목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데다 여름에 태풍 영향까지 받아 나무가 오래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정밀조사해 봐야 하지만 구리 은행나무는 국내 나무 수령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1천200살 추정' 구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
이 은행나무는 아천동 한국석유공사 안에 있다.

박정희 대통령 때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이곳에 보안시설인 비축기지가 만들어졌는데 마을 주민들이 강제 이주하고 은행나무만 자리를 지켰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역설적으로 은행나무가 잘 보존됐다.

시민들은 구리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고자 2017년 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이듬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언론인인 허득천 씨와 소상공인연합회 활동을 하던 박홍기 씨가 공동으로 상임대표를 맡아 10만명을 목표로 6년째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요건을 갖추고자 그동안 주민 인터뷰, 전설 발굴 등 관련 자료를 수집했으며 마을 폐쇄 후 약 40년 만인 지난해 11월 당산제도 지냈다.

허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구리 은행나무가 경기도목(道木)인 것을 알게 된 뒤 소중한 자원을 잘 보존하고자 천연기념물 지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10월에는 학계와 전문가 등을 초빙해 학술대회도 열 것"이라고 활동 취지와 계획을 설명했다.

'1천200살 추정' 구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
경기도 상징 나무는 은행나무다.

도내 은행나무가 많기 때문인데 용문사 은행나무가 가장 잘 알려졌다.

구리시도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해 전문기관에 연구를 의뢰해 지난 16일 보고회를 마쳤으며 당산제 때는 백경현 시장이 종헌관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구리 은행나무를 잠재 자원으로 인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잠재 자원은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는 의미"라며 "천연기념물은 일반인에게 공개돼야 하는데 구리 은행나무는 소재지의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