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진석 실형' 판사 논란 고심…"사실관계 확인 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속 법원 유감표명에도 'SNS 정치적 발언' 공개되며 논란 확산
징계 놓고 딜레마…대법원장 교체기 '정치 쟁점화' 우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38·사법연수원 41기)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법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판결 직후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될 때만 해도 소속 법원 차원에서 '법관 개인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이후 정치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볼 소지가 있는 정황이 속속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중립'과 '사법부 독립'을 건드리는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논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를 맡는 박 판사가 이달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시작됐다.
여당 중진의원에 대해 검찰 구형량(벌금 500만원)을 웃도는 실형이 선고되자 여권과 언론에서는 판사의 정치 성향이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박 판사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 블로그와 SNS에 작성한 게시글을 문제 삼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13일 이례적으로 낸 입장문에서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판결과 재판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올린 사실이 보도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박 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낙선한 작년 3월 대선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패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박 판사의 게시글을 마냥 '학창시절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2012년 권고했다.
박 판사가 올해 현 재판부를 맡은 이후 SNS 글을 삭제하거나 한국법조인대관 등재 정보 삭제를 요청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법원의 대응도 달라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언론에 보도된 '법관 임용 후 SNS 사용'에 관해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판결 선고 뒤 휴가를 냈던 박 판사는 이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법원은 우선 박 판사를 상대로 실제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 맞는지, 작성 시기와 경위 등은 어떻게 되는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판사로부터 SNS 게시 경위와 함께 추가로 의무 위반 행위가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 이후 꺼낼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고민이다.
법조계에서는 징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박 판사가 재직 중 게시한 글이 법관윤리강령에 따른 정치적 중립 의무를 상당히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인데,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암시한 수준으로는 전례에 비춰 문제 삼을 수 있느냐에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 비속어가 포함된 풍자물을 올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법원장 서면경고에 그쳤다.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이 실형 선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검찰의 구형 의견이나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판사가 선고한 형량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범죄의 기본 양형 기준(6개월∼1년4개월) 내에 있다.
일각에서는 사무분담 조정 등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자칫 '정치 편향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정치권과 여론에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반대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논란이 계속 확산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터라 청문회 등을 통해 관련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추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법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박 판사의 대학생 시절 게시글에는 자신을 특정 진보 정당의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대목 등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됐거나 유사한 사실관계가 새롭게 드러난다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징계 놓고 딜레마…대법원장 교체기 '정치 쟁점화' 우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38·사법연수원 41기)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법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판결 직후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될 때만 해도 소속 법원 차원에서 '법관 개인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이후 정치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볼 소지가 있는 정황이 속속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중립'과 '사법부 독립'을 건드리는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논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를 맡는 박 판사가 이달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시작됐다.
여당 중진의원에 대해 검찰 구형량(벌금 500만원)을 웃도는 실형이 선고되자 여권과 언론에서는 판사의 정치 성향이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박 판사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 블로그와 SNS에 작성한 게시글을 문제 삼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13일 이례적으로 낸 입장문에서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판결과 재판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올린 사실이 보도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박 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낙선한 작년 3월 대선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패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박 판사의 게시글을 마냥 '학창시절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2012년 권고했다.
박 판사가 올해 현 재판부를 맡은 이후 SNS 글을 삭제하거나 한국법조인대관 등재 정보 삭제를 요청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법원의 대응도 달라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언론에 보도된 '법관 임용 후 SNS 사용'에 관해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판결 선고 뒤 휴가를 냈던 박 판사는 이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법원은 우선 박 판사를 상대로 실제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 맞는지, 작성 시기와 경위 등은 어떻게 되는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판사로부터 SNS 게시 경위와 함께 추가로 의무 위반 행위가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 이후 꺼낼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고민이다.
법조계에서는 징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박 판사가 재직 중 게시한 글이 법관윤리강령에 따른 정치적 중립 의무를 상당히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인데,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암시한 수준으로는 전례에 비춰 문제 삼을 수 있느냐에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 비속어가 포함된 풍자물을 올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법원장 서면경고에 그쳤다.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이 실형 선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검찰의 구형 의견이나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판사가 선고한 형량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범죄의 기본 양형 기준(6개월∼1년4개월) 내에 있다.
일각에서는 사무분담 조정 등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자칫 '정치 편향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정치권과 여론에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반대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논란이 계속 확산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장 교체를 앞둔 터라 청문회 등을 통해 관련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추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법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박 판사의 대학생 시절 게시글에는 자신을 특정 진보 정당의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대목 등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됐거나 유사한 사실관계가 새롭게 드러난다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