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번 주 중 감사 착수…유치∼파행까지 6년 살필 듯
배수 어려운 간척지를 야영장으로…SOC 확충에만 열 올렸단 비판
공동조직위 체제, 위기 상황서 무능…용역 과정 특혜 의혹도 따질 듯
잼버리 후폭풍…쟁점은 부지선정·인프라 구축·해외연수 적절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정부 감사가 이번 주 중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등 관계 기관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에 대한 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인원 조정 등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감사 착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는 잼버리 유치부터 폐영까지 6년을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야영에 부적합한 부지 선정과 대회 개최를 이용해 구축한 인프라, 용역 및 공사 과정의 특혜, 공무원 해외 연수 등 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이 모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잼버리 후폭풍…쟁점은 부지선정·인프라 구축·해외연수 적절성
◇ 왜 새만금이었나?…개최부지 선정 적합성 논란
감사의 첫번째 쟁점은 왜 새만금을 대회 부지로 선정했느냐가 될 전망이다.

잼버리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이 애초 폭염과 배수, 기반 시설 조성이 어려운 새만금 부지를 선정한 것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대회 초반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때도 여론의 가장 큰 의문은 '왜 삼복더위에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에서 잼버리를 개최하나'였다.

특히 '88올림픽 후 최대 성공'으로 꼽히는 1991년 강원 고성 세계잼버리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의문은 더 확산했다.

고성은 1991년 치러진 제17회 고성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2000년과 2004년 아태잼버리대회를 무리 없이 치러냈다.

고성 잼버리와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 여부 차이는 '숲과 매립지'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32년 전 잼버리가 열린 고성군 토성면 신평벌 856만여㎡ 부지 반경 2㎞ 이내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인근에는 더위를 식힐 설악산 계곡과 큰 하천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던 곳을 35년 전 군산∼고군산열도∼김제∼부안 33㎞를 방조제로 막아 자연 퇴적 토사와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야영장은 농어촌 용지로 지정돼 물 빠짐이 나쁘고,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들어줄 구조물도 전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북도는 잼버리 야영장 부지를 새만금으로 고집해 결국 관철했다.

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 부지 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속도를 붙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전북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전북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새만금과 전북 대도약 자신감 획득'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는 이런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전북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기반 시설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며 "사업비를 1조원대로 늘려 기간을 단축하면, 전북에 1조2천589억원의 부가가치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전북도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듬해인 2018년 8월 자료를 내고 "'저비용 고효율'의 잼버리로 전북에 필요한 공항 같은 절대적 SOC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며 "전북, 새만금, 국가 위상, 도민의 삶과 질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는 '잼버리 성공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특별법을 근거로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 등을 요구했다.

2021년에만 물류 체계 트라이포트(공항·항만·도로) 건설과 그린 산업단지 조성 명목으로 1조4천136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여당은 전북도가 잼버리 개최 등을 명분으로 그간 챙긴 SOC 예산이 1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잼버리 후폭풍…쟁점은 부지선정·인프라 구축·해외연수 적절성
◇ 인사권 ·예산권 없는 여가부가 정부 담당 부처… 컨트롤타워 없는 조직위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후 무려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대회 초반 야영지 수준은 '생존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했다.

조직위의 안일한 대회 준비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왔고,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행안부 장관, 여가부 장관, 전북도지사가 현장 긴급대책 회의를 열면서 세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총리가 '컨트롤타워'로 나선 뒤에야 냉수 공급과 쿨링 버스 등 폭염 대비책이 세워졌고, 화장실과 샤워실 위생 문제도 안정을 되찾아갔다.

조직위 안팎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총체적인 준비 및 운영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배경이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조직위 구성에서부터 예견됐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5인이 맡았다.

여기에 집행위원장으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대회 관련 집행을 담당했다.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등 세 부처가 잼버리에 한 발씩 다리를 걸치고 있지만 총괄조직위원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고, 결국 준비 부족의 원인이 된 셈이다.

지난 2월 말에야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추가 선임된 행안부 장관, 문체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의 경우 책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여가부와 전북도를 컨트롤타워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에 참여한 중앙부처와 지자체 중 실질적으로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은 여가부와 전북도지만, 다른 부처에서 협력을 끌어내기에는 조직 역량이나 영향력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큰 규모의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는 전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권위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조직위 구성 자체가 잼버리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 공동조직위원장 체제에서 대회 준비는 매우 미흡했고, 위기 상황 대처 능력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잼버리 조직위가 공동위원장 체제를 도입한 이유, 또 조직위 내에서 각 부처의 담당 업무와 이에 따른 책임 여부, 집행 과정에서의 부정 문제 등이 광범위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잼버리 후폭풍…쟁점은 부지선정·인프라 구축·해외연수 적절성
◇ 용역·공사입찰 특혜 의혹 꼬리 물어…대대적 감사후 후폭풍 불가피
부실한 대회 개최 이후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용역·공사발주 특혜 의혹도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조달청 자료를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전주을지역위원회 직능위원장인 A씨가 대표로 있는 전북 B업체가 2021년 9월부터 올해 6월 사이 잼버리 조직위가 발주한 용역 8건을 따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잼버리 온라인 홍보, 행사 주요 내용 영상 제작, 대표단장 회의 운영, 홍보 포스터 제작·발송, 생존캠프 등 영내 과정 활동 운영·관리 용역 등이 포함돼 있다.

용역 8건의 계약 규모는 총 23억5천967만5천원이었다.

이 중 5억2천만원 상당의 7건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공개 입찰 등을 통한 업체 간 경쟁 없이 임의로 업체를 선정해 맺는 계약이다.

제한경쟁입찰로 계약된 용역은 1건으로, 18억3천900만원 상당이었다.

정 의원은 이 업체가 2021년 기준으로 자본금은 1억원, 직원은 3명이었다며 "자본금의 5배가 넘는 액수를 수의계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의계약은 함부로 못 하게 돼 있는데 이렇게 한 것은 '짬짜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2021년 잼버리 조직위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홍보 카드 영상 등을 올렸으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홍보 효과가 좋았다"면서 "전북도와 계약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전주을 직능위원장 자리를 준다고 해서 그런다고 했지, 실질적으로 당 활동을 한 적은 없다"며 "현재도 민주당 당원이지만 (이번 사안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정 의원은 조달청 나라장터 분석 결과 조직위, 전북도, 부안군, 농어촌공사, 새만금개발청 등에서 잼버리와 관련해 계약한 272건 중 69.1%인 188건이 수의계약이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 2천191억6천700만원의 입찰 금액 중 문재인 정부에서 계약된 금액이 73.25%인 1천605억4천300만원(85건)이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계약된 금액은 586억2천400만원(26.75%·185건)이었다고 전했다.

수의계약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이게 합법적이며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감사원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잼버리 후폭풍…쟁점은 부지선정·인프라 구축·해외연수 적절성
◇ 예산 대부분 운영비…99번의 해외연수 적절성 논란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은 1천171억원이다.

국비 303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399억원, 옥외광고 5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혔다.

세부적으로는 인건비(55억원)와 운영비(29억원) 84억원, 사업비 656억원, 시설비 130억원으로 구성됐다.

조직위는 "사업비 656억원에는 참가자 급식 및 운영요원 식당 운영 등 121억원, 과정 활동 프로그램 운영비 63억원, 텐트·매트·취사 용품 구입 59억원, 회원국 항공료 지원비용 45억원, K팝 공연 등 공연이벤트 45억원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 터널 등 기반 시설 조성에는 205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대집회장 조성과 강제 배수시설 조성에는 각각 30억원이 투입됐다.

대원들에게 원성을 샀던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에는 전체 예산의 11% 수준인 130억원만이 집행됐다.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와 기반 시설 조성비를 합해도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등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수십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 8일 출장을 갔다.

인터라켄, 루체른, 밀라노, 베네치아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됐다.

정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같은 해 12월 전북도 공무원 등은 호주 스카우트연맹을 방문한다면서 호주로 출장을 갔고, 2019년에는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들이 제24회 세계 잼버리 참관 명목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잼버리를 명목으로 유람선 여행을 가기도 했다.

부안군은 잼버리 개최가 확정되자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명목으로 2차례 출장을 떠났다.

잼버리와 관련된 해외 출장은 전북도와 부안군, 여성가족부 등에서 99건에 달했다.

부안군의회는 이달 말에도 크루즈 연수를 예정했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획을 접었다.

여권에서는 이미 "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관광으로 퍼다 쓴 것"이라고 규정하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예고한 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