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이 될 거란 기대를 모아 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철창 격투(cage fight)’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술업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 CEO 사이의 해프닝으로 끝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저커버그는 13일(현지시간) 메타의 소셜미디어(SNS)인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일론이 진지하지 않아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대결) 날짜를 제시했고,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도 자선경기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론은 수술이 필요하다며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론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내게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스포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해 무산되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 6월부터 종합격투기로 이른바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를 벌이자며 온라인 설전을 이어왔다.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스레드를 출시한 걸 비꼬는 글을 올린 머스크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는 누군가의 댓글에 “나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데서 이 논쟁이 시작됐다. 저커버그도 “위치 보내라”며 장소를 정하라고 했고, 머스크도 “진짜라면 해야지”라고 응해 두 사람의 실제 대결 가능성이 고조했다. 대결 장소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UFC 무대에 이어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 6일 저커버그가 제시한 날짜(26일)와 관련해 목과 허리 등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야 하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 정확한 일정은 유동적이라고 언급한 뒤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