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조 시장 잡아라" 단체급식사가 식자재 유통에 공들이는 이유[하수정의 티타임]
2020년 경남 창원에서 파스타 배달 전문점으로 시작한 '덕수파스타'는 2년만에 전국에 약 100개의 가맹점을 내면서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덕수파스타가 짧은 시간에 브랜드를 크게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엔 고품질 식자재의 안정적 공급이 있었다.

덕수파스타 관계자는 "지역 기반의 도매상들에게 정육과 야채를 사올 때는 품질과 가격, 서비스가 들쭉날쭉해 애를 먹었다"며 "2021년 식자재 공급사를 삼성웰스토리로 바꾼 후 모든 가맹점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를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세 확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시장 파고드는 단체급식사

급식기업들이 식자재 유통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한 식자재 유통시장은 아직 지역 기반 도매상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진 물류 시스템으로 무장한 단체급식사들이 빠르게 파고들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빅4 급식사인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의 식자재 유통 매출은 지난해 총 4조5210억원으로 전년(3조9877억원)보다 13.4% 증가했다. 1위 CJ프레시웨이가 올 상반기 이 부문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4대 급식사의 올해 식자재 유통 매출은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단체급식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식자재 유통시장을 낙점했다. 대규모 시장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관행이 남아있어 산업화를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 55조원이던 B2B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가 2025년 64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게 한국식자재유통협회의 관측이다.

유통업계에선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급식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90%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영세업체나 개인사업자 등 도매상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현금거래 관행...개혁 필요한 식재료 유통시장

식자재 도매상들은 전국 곳곳의 식당, 보육시설, 요양원, 학교, 공공기관 등에 식자재를 공급한다. 도매상들은 소규모 사업자일수록 전화주문, 현금거래 등 관행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식재료 품질과 서비스가 일정하지 않은 점도 고객 입장에선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서울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소고기 등급을 속여 납품을 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당을 처음 개업하는 초보 자영업자는 프랜차이즈가 아니고서는 안정적인 식자재 조달이 쉽지 않다. 급격히 사업이 커지는 사업자들도 지역 도매상으로는 물량을 맞추기가 어렵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초보 사업자나 대규모로 사업이 커진 사업자들이 지역 도매상보다는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식자재 유통시장에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기도 하다. 식자재 주문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재고관리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콜드체인 물류센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식자재의 구매, 보관, 운반의 모든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도 기업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급식업체들은 최근 산지 발굴, 계약재배 등 식재료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태풍 등으로 인해 쌀 작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전라북도 익산시에 벼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무 같은 저장성 식재료의 경우 산지 발굴과 계약재배를 통한 거래를 하고 엽채류의 경우 도매 유통업체를 통한다. 아워홈은 김치용 배추, 무 등 을 산지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전체 식자재 중 70% 수준을 산지 직거래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