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내성녹농균 집락형성 차단…인체세포는 생존력 80% 이상
자생종 '긴호랑거미' 독샘서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물질 발견
국내 연구진이 자생거미로부터 항균제 내성을 가진 병원균을 억제하는 신종 항균펩타이드를 찾아냈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끄떡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항균펩타이드는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발견되고 병원균 초기감염을 방어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국제학술지 '미생물학 프론티어스' 지난달 호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성정석 동국대 교수 연구진은 최근 컴퓨터 가상실험(in silico)을 통해 긴호랑거미 독샘 전사체에서 신종 항균펩타이드 'AATX-Ab2a'와 'AATX-Ab3a'를 발굴했다.

'AATX-Ab2a'와 'AATX-Ab3a'은 농도가 64㎛일 때 세레우스균 생장을 완전히 억제했으며, 황색포도상구균 집락(세균이 증식해서 생긴 집단)형성률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외막이 있어 항생제에 내성을 갖기 쉬운 그람음성균에도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ATX-Ab2a'와 'AATX-Ab3a'이 병원균 막침투성을 높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AATX-Ab2a'와 'AATX-Ab3a'은 농도가 16㎛, 32㎛, 64㎛일 때 대장균과 녹농균의 집락형성을 거의 차단했다.

특히 농도가 64㎛일 때는 세팔로스포린, 유레이도페니실린, 퀴놀론계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녹농균(MRPA)도 집락을 만들지 못했다.

자생종 '긴호랑거미' 독샘서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물질 발견
이에 비해 인간 세포에는 낮은 독성을 보였다.

인간 세포는 농도 32㎛에서도 생존력을 80% 이상 유지했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유정선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거미에게서 유용한 물질을 찾은 것으로 생물다양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라며 "모든 생물은 귀중하며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네 공원과 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긴호랑거미는 8∼10월 활동하며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유럽 등에 분포한다.

주로 지그재그로 친 둥근 거미줄 한가운데 거꾸로 매달려 있으며 위협을 받으면 몸을 흔들어 그물을 진동시킨다.

노란 바탕에 얼룩말 무늬가 있는 등과 가늘고 긴 몸통이 특징이다.

수컷보다 큰 암컷은 몸길이가 20∼25㎜까지 자란다.

거미 독샘에 있는 펩타이드는 세포파괴와 신경마비 특성이 있어 약품·식품·화장품 등에 기능성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생종 '긴호랑거미' 독샘서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물질 발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