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학교폭력 전담 교사가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헷갈려요.

아이의 문제 행동을 교사 탓, 학교 탓으로 돌리고, 친구를 때린 자녀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로서 길을 잃죠."
서울 소재 중학교에 근무 중인 교직 11년 차 장창윤 교사는 6년째 학교폭력 전담 교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할 당시,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며 거절 의사를 밝혔던 장 교사는 고민 끝에 학교폭력 전담 교사의 실상을 들려주기 위해 연합뉴스를 찾았다.

학교폭력 전담 교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다.

가해 학생 학부모들이 몰려와 멱살을 잡고 학교폭력 신고를 취소하라며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교사가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는 거짓 주장을 펼치며 언론제보를 한다는 학부모도 있다.

장 교사 역시 그간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며 갖은 고소, 협박, 폭행의 위험을 견뎌왔다.

학교폭력 업무는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꼽힌다.

교사에게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권하면 휴직하겠다며 어떻게든 피하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지도하던 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순간부터, 학교폭력 전담 교사에게 제자는 조사 대상이 된다.

그때부터 교사도 엄격한 경찰이 되어 CCTV 증거자료를 수집하러 다녀야 한다.

학교폭력 전담 업무에 6년째 자원하고 있는 그에게 학교폭력 전담 교사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 모두가 기피하는 학교폭력 업무를 6년째 맡고 있는데.
▲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덜 힘들 거야'라는 기대를 걸고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요.

6년 차에 접어들면서 학교폭력 업무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프라이드도 있고요.

대체로 교사들이 학교폭력 업무를 기피하다 보니 아이들을 휘어잡을 젊은 남자 교사가 떠맡는 게 자연스러워요.

1∼2년이면 (학교폭력 업무를) 그만두는 선생님이 많고, 그 자리는 또 경험 없는 선생님들로 채워져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때문이겠죠. 학부모에게 조언을 잘못하면 민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해 보이는 아이가 있어도 쉽게 조언하기 어렵죠. "우리 아이를 정신병 있는 아이로 보는 거냐"라는 민원을 받지 않으려면, 솔직한 조언은 삼가야 해요.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을 한 이유는 학교가 제대로 교육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민원도 수시로 들어와요.

아주 황당하죠. 모든 탓이 교사에게 있다면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하루는 학부모님들이 단체로 몰려와 제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학교폭력은 한번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신고를 취소하라며 협박하는 것이었죠.

-- 악성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이유 없는 악성 민원에 교사가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주변 동료가 겪은 일인데, 학생이 수업 시간에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아 벌점을 줬더니 나중에 학생이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나고 내 자유의사를 방해했으니 선생님을 교육청에 신고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악의적인 학생과 보호자를 만나면 피하는 건 불가능해요.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안 받아요.

찾아왔는데 어떻게 피하겠어요.

교사가 학교 안에서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 사실 답은 부모님이 교사의 지도와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끌어주는 거예요.

아이를 옹호하려고만 하면 아이의 문제 행동을 학교와 교사 탓으로 여기게 돼요.

그러면 교사가 부모님의 생각도 이끌어야 하는데 부모님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하죠.

--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 지도하던 학생을 조사 대상으로 대면해야 하는 게 가장 슬프죠. 사건이 일어나면, 평소 수업에서 농담하던 교사가 갑자기 경찰처럼 수사하는 역할을 하게 되거든요.

가해 추정 학생을 조사할 때 웃으면서 대할 포지션이 아니잖아요.

조사가 시작되면 노트북을 펼치고 학생에게 '왜 때렸어, 어디를 때렸어, 몇 월 며칠이야'처럼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하는데, 이럴 때 내가 교사인가 경찰인가 헷갈려요.

-- 학교폭력 업무처리 기한이 매우 촉박한 것 같다.

▲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교육청에 공식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양식이 23가지나 되고, 초기 교육청 보고는 48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해요.

그래서 사건이 한번 일어나면 모든 공강 시간을 할애해야 하죠.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업무를 봐선 안 되거든요.

실제로 소변까지 참으며 시간에 쫓겨 업무를 봐야 했던 적이 있어요.

여러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 새벽까지 초과근무는 기본이고요.

집에 다녀오는 시간을 아끼려고 학교 주변 모텔 방을 잡고 쪽잠을 자기도 했죠.

-- 학교폭력 심의위원회(구 학교폭력위원회) 개최가 결정되면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가.

▲ 가해 추정 학생 부모님 중 대다수는 이게 왜 학교폭력이냐며 항의해요.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학부모님께 이걸 이해시켜드리기 어렵죠. 매일매일 전화로 욕을 하고, 멱살 잡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한번은 제가 강압적으로 조사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시며 기자를 불러서 공론화시키겠다고 협박한 학부모도 있었어요.

-- 어떤 사건이었나.

▲ 왼쪽 다리가 불편한 같은 반 친구를 1년 넘게 괴롭힌 학생이 있었어요.

'너는 한쪽 다리가 절뚝거리니 내가 반대쪽도 절뚝거리게 해서 양쪽 균형을 맞춰주겠다'며 두 달 동안 반대쪽 다리를 무릎으로 때려서 걷지 못하게 했던 거죠. 그런데 가해 학생은 끝까지 그런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 학년 전체를 전수조사했는데 해당 학급 모든 학생이 가해 학생의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 있다고 진술했어요.

피해 학생이 호소한 피해는 10가지 정도였는데 조사하고 나니까 30가지 넘게 나오더라고요.

피해 학생에게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어 본인이 당한 일을 다 기억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목격 진술한 학생들을 가해 학생 아버지가 따로 불러 협박하셨더라고요.

변호사를 선임해서 교사 고소를 진행할 건데 너희가 중간에 끼게 되면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여기에 서명하라고. 아버지가 준비한 문서에는 '장창윤 교사가 강압적으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거짓 증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럴 수가 있나, 너무 충격받았죠.

-- 조사가 어렵지 않았나.

▲ 학교폭력 증거를 찾으려고 학교 CCTV 석 달 치를 매일 10시간 이상 봤어요.

그때 경찰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죠. 학교에 남아 밤 9시까지 CCTV를 보는데, 마지막 이틀 치에서 가해 학생의 가해 장면이 딱 나왔어요.

그때 울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랄하고 심각한 학교 폭력을 장기간 이어왔으면서도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죠.

-- 자녀가 학교폭력 신고를 당했을 때, 피해 학생을 '맞학폭'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던데.
▲ 맞아요.

그걸 '맞투'라고 해요.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 신고를 당했으니 '맞학폭'으로 대응하겠다는 거죠. '맞투'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기도 하고요.

피해 학생들이 두 번 상처받게 될까 봐 염려돼요.

해당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니 교사를 고소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경험도 공유되고 있었어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학교폭력 업무를 볼 때의 마음가짐은.
▲ 어떤 학생도 억울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사명이에요.

학생 두 명이 싸운 후 한쪽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피해 증명이 어려워서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눈에 불을 켜고 증거를 찾아요.

억울한 가해 추정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상처받는 피해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에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면서 무서웠던 적은 없나.

▲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던 아이가 저를 칼로 찔러 죽이고 교도소에 가겠다고 말한 걸 들은 적 있어요.

진짜 무섭더라고요.

만약 학생이 진짜 칼을 들고 학교로 찾아와도 교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시스템은 없으니까요.

-- 실제로 두 딸을 키우는 부모이기도 한데. 자녀가 가해 학생이 된다면.
▲ 동료 교사들에게 이런 질문 여러 번 받아봤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과 학생, 보호자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말했어요.

사과하는 부모님의 등을 봐야 아이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간 학교 폭력 사건을 100건 넘게 처리했지만 가해 학생 학부모가 자녀에게 사과하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걸 보고 깨달은 거죠.

-- 학교폭력 업무가 기피 대상이 됐는데, 교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지원을 늘리면 어떤가.

▲ 어렵네요.

수당을 더 주더라도 학교폭력 전담 업무를 맡으려는 교사는 드물 거예요.

본질은 과한 업무 강도와 높은 스트레스니까요.

지금 학교폭력 책임교사에게 민원이나 소송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소송비 지원과 면책권을 주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데, 학교폭력 책임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한테만 제공되는 점이 아쉬워요.

-- 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교사가 민원을 직접 받지 않으면 어려움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가.

▲ 단순히 생각하면 학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스트레스는 더 강화될 거예요.

간단하게 해결될 일도 재차 민원이 들어오면 답변서를 작성해서 학교나 교육청에 제출해야 할 테니까요.

부모님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서류 작업이 더 늘어날 거예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조금 남아요.

이미 해야 하는 업무가 너무 많은데 답변서를 계속 작성해야 한다면 또 숨 막히는 일 아닐까요?

-- 교사 혼자 학교폭력 증거를 찾으려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 수사권이 없는 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요.

학교폭력 증거에 필요한 CCTV나 블랙박스를 구하려면 어려움을 많이 겪죠.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교폭력 전담 교사와 협업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 때, 학교에 상주하는 SPO가 즉각 나서서 제압하는 것도 필요해요.

그 이후의 교육지도는 교사가 하는 게 맞고요.

-- 학교폭력 전담 교사의 고충을 덜 수 있는 방법은.
▲ 학교폭력 업무를 위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청에 제출해야 하는 23개의 양식이 있는데, 업무를 효율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또 교육청에 학교폭력 전담 교사 업무를 지원해주는 부서가 신설되면 어떨까요.

학교 폭력 담당자 대다수가 1∼2년 차 교사거든요.

다뤄야 하는 법안이 너무 많고, 절차를 하나라도 놓치면 고소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학교폭력 전담 교사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해요.

만약 그런 부서가 만들어지면 제가 해보고 싶네요.

지원팀이 학교폭력 업무 처리방식이나 노하우를 설명해주고 도와주면 교사들은 환영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학교 폭력 전담 업무에 지원하려고 하는 교사가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여론이 교사의 편만 들어준다는 학부모 의견에 대해서는.
▲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뭐든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거든요.

그런데 교사의 인권 존중은 이제야 처음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잖아요.

당연하게도 교사도 누군가의 자녀고요.

누군가의 부모고요.

똑같은 사람이고요.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일방적인 존중만 강요되어 온 것 같아요.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존중받을 때 아름다운 학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앞으로도 학교폭력 전담 교사로 일할 것인가.

▲ 네. 힘들 때도 많지만 일하다 보면 학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때도 있거든요.

학생 한 명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더 나아가 우리 학교,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그렇게 점점 전체가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사실 지금 시대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사라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예전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을 만나면 정말 반가웠어요.

하지만 3∼4년 전부터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해요.

이상과 현실은 아주 다르니까요.

예상치 못한 학생과 학부모님을 만나면 상처받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죠. 그걸 다 이겨낼 수 있는 자신이 들 때 교사를 생각해보라고 말해요.

[인턴액티브] 학교폭력 전담교사 "내가 교사인지 경찰인지"
--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해라. 요즘 아이들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합리화하려고 해요.

생활지도를 따르고 학교 규정을 지키는 방법을 배워야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도 사회의 규정인 법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나.

▲ 기억되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이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