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정부, 항공료 상한선 책정하자 항공사들 "소련이냐" 반발
이탈리아 정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내선 항공료에 대해 가격 인상 억제에 나서자 저가 항공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내각회의에서 본토와 시칠리아섬, 사르데냐섬 간 국내선 항공료를 평균 가격의 200% 이상 인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여름 휴가철을 계기로 두 섬으로 가는 항공료가 치솟자 상한을 설정해 항공사들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평균 가격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안사 통신은 전했다.

'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저가 항공사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 최대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에디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터무니없고 불법적"이라며 "옛소련의 스타일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라이언에어는 여름 성수기 동안 이탈리아 본토와 두 섬을 매주 500회 이상 운항한다.

라이언에어뿐만 아니라 루프트한자, 이지젯, 아메리칸 에어라인, 델타 항공 등 이탈리아에서 운항하는 다른 항공사들도 이탈리아 정부의 결정이 유럽연합(EU)의 자유 시장 규칙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시 내각회의에서 고금리에 따른 시중 은행들의 '초과 이윤'에 40%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유럽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항공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아돌포 우르소 비즈니스 및 이탈리아산 담당 장관은 지난 9일 윌슨 CEO와 면담하기도 했다.

우르소 장관은 이후 이탈리아 뉴스채널인 스카이TG24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령으로 개입했다"며 "시장에서 투기꾼들이 마음대로 이득을 취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시장은 국가, 법률, 당국과 EU에 의해 규제된다"고 말했다.

국내선 항공료 상한선 도입 법안은 60일 안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