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토론회'…이종찬 광복회장 "역사 토막 내선 안돼"
"1948년 건국론, 일제강점 정당화·北관할권 근거 약화시켜"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학술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광복회와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1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 일제강점기의 대한민국'을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헌법, 역사, 정치, 사회 등 학계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조명했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 건국론'에 대해 "일제강점을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1948년 이전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병합이 합법적이고 유효했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며 "이는 일제강점이 불법·무효였다는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관점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1948년 건국론이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할권 근거를 약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체에 대해 유일 합법정부로 수립됐고 한반도 전체에 대해 관할권을 가진 정부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그 정부가 난데없이 생겨난 신생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부터 계속성을 가지고 존재해온 국가의 정부 또는 불법 침탈된 주권을 회복한 국가의 정부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모든 종류의 '건국' 타령은 사라져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주권회복 노력을 한 선조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주역들,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자기 인식을 존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희곤 임시정부기념관장은 '1948년 건국론' 등을 겨냥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처음엔 북한에서 시작했고 최근 건국론자들이 재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48년 건국론에 따르면 남쪽만의 '반토막 대한민국'이 된다면서 훗날 남북통일 시 주변국과 영유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한민국의 원년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한 1919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에 대해서도 "저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만드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공칠과삼(功七過蔘)이면 공칠과삼 그대로, 역사 그대로 잘 만들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일부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념관 설립을 기화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며 "북한 헌법에 김일성이 공화국의 창시자요 시조라고 돼 있는데, 기념관을 만들 때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창시자요 시조라고 쓰면 되겠느냐? 이런 식으로 만들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이 설립된 게 아니며 우리의 역사는 쭉 이어져 왔다.

역사를 토막 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윤주경 의원도 1948년 건국론이 "대한민국 정체성에 혼돈을 주는 주장"이라며 "북한이 1948년 건국했다고 하니 우리도 1948년 건국했다고 해야 한다는 말인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장께서는 광복 이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광복을 맞이하고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 현장을 직접 봤으며 조국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살아오신 분"이라며 "그런 면에서 광복회장의 말씀은 울림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